이집트 외무장관이자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의장인 사미흐 슈크리가 6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당사국총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에 대해 선진국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 이 문제가 공식 의제로 채택된 것은 30년 기후협상 역사상 처음이다.
사미흐 슈크리 제27차 당사국총회 의장은 6일(현지시각) 개회사에서 “2024년까지 (손실과 피해에 대한 재원 마련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책임과 보상’보다는 ‘협력과 촉진’에 초점을 맞춰 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손실과 피해’란 해수면 상승, 홍수, 가뭄, 폭염 등 기후변화가 유발한 자연재해로 발생한 경제적 및 비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개도국은 산업혁명 이후 값싼 화석연료를 이용해 경제발전을 이룬 선진국이 그간 해수면 상승과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 피해를 본 개도국에 보상하는 등 법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선진국은 법적 책임이나 경제적 보상에 대해 꺼리면서, 인도적·자발적 지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선진국은 지난 2015년 파리협정 때도 협정의 부속서인 결정문에 ‘(손실과 피해 규정인) 파리협정 제8조가 책임이나 보상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자신들의 책임과 보상, 재정 부담이 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한 것이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되어,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이 문제를 다루되, 3년 동안 협상을 통한 ‘합의’가 아니라 결론을 열어놓은 ‘대화’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대홍수로 1700여명이 숨진 파키스탄을 비롯한 개도국들의 강력한 요구로 공식 의제로 채택된 것이다.
지난여름 파키스탄에 몰아닥친 대홍수로 집을 잃은 수재민들이 임시 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슈크리 의장은 공식 의제 논의 과정에서 ‘책임과 보상’ 대신 ‘협력과 촉진’에 중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개도국들이 이 사안을 공식 의제로 추진하면서, 이를 꺼리는 선진국과 일부 절충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여전히 선진국은 법적 책임에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2024년까지 치열한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총회 현장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에 손실과 피해 관련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손실과 피해가 글래스고에서 합의된 ‘대화’ 수준으로 남아 있었다면, 2024년 제29차 당사국총회(COP29)에서 어떻게 논의한다는 근거가 불분명하게 됐을 것”이라며, 이번 공식 의제 채택이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총회에서부터 당사국들은 협상그룹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전문가는 “손실과 피해가 공식 의제로 올려진 이상 각자의 입장에 따라 차이점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향후 2년간 이 차이를 메워가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샤름엘셰이크/김규남 기자,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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