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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새덕후’가 쏘아 올린 길고양이 논쟁…환경전문가들은 어떨까

등록 2023-02-14 20:54수정 2023-02-15 00:15

서울환경연합 14일 온라인 토론회
“고양이 대 새 이분법적 구도 벗어나
생물다양성 관련 더 많은 논의 필요”
지난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길고양이가 인근 주민이 두고 간 사료를 먹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길고양이가 인근 주민이 두고 간 사료를 먹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근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으로 길고양이 돌봄을 두고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고양이 대 새’의 이분법적 구도나 특정 동물 혐오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이날 토론회는 길고양이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이들로 구성됐고, 앞서 이 영상을 비판했던 동물권단체들은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환경연합은 14일 ‘도시를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을 위한 긴급토론’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앞서 지난달 28일 야생조류 촬영 전문 유튜버 ‘새덕후’(본명 김어진)가 올린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라는 영상으로 온라인에서 길고양이 먹이 주기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자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기준 조회수 172만회를 넘긴 해당 영상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길고양이 개체 수가 증가하고, 길고양이가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새 등을 사냥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마라도에서는 ‘길고양이가 뿔쇠오리 등 천연기념물을 위협한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천연기념물 관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이 길고양이를 대거 포획하는 계획을 세운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튜버 새덕후 김어진씨는 “고양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람에 의해 개체 수가 과하게 늘어났고,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에 유입된 침입종이자 최상위 포식자로서 고유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길고양이 먹이 주기는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고양이가 최상위 포식자고 높은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4일 서울환경연합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도시를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을 위한 긴급토론’.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갈무리
14일 서울환경연합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도시를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을 위한 긴급토론’.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갈무리

그는 해결책에 대해 “우선 먹이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먹이 자원이 없어져야 개체 수 증가 속도가 늦춰질 것이고 비로소 고양이들이 자연 생태계 구성원으로서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자연의 법칙 속에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성화사업(TNR)과 입양을 개체 수 감소에 유의미할 만큼 충분히 진행해야 한다”며 “새롭게 유기되는 개체가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태계 보전 필요성이 큰 지역 등에서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길고양이에 의한 생태계 교란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들 모두를 침입외래종으로 규정해 강력히 관리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최 연구원은 “생태계 보호지역 내 마을과 작은 섬에서는 길고양이를 제거하고, 고양이 사육금지를 원칙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개체 수를 줄이는 관리 방안으로 길고양이를 생포해 안락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또 이런 논의가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토종 야생동물, 뉴트리아 같은 외래종을 좀 더 인도적인 방식으로 관리하는 논의로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런 논의가 ‘고양이 대 새’의 이분법적 구도나 특정 동물 혐오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생물다양성과 관련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고양이의 생태적 영향력을 인정하는 전제 하에 인도적인 방식으로 길고양이의 밀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고양이의 부정적 생태적 영향이 인정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특정 방법론 자체로 귀결되거나, 특정 방법론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례에 대해 어떤 방법론을 사용할지는 별개 논의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고양이와 새로 이분법적으로 나뉜 전선에서 살짝 벗어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길고양이를 비롯한 모든 자연물이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 도시개발의 위기, 생물다양성의 위기의 피해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앞서 유튜버 새덕후의 영상을 비판했던 동물권단체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8일 ‘새도 소중한 동물보호단체로부터’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 새덕후의 영상이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고, 고양이 대 새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 길고양이와 케어테이커에 대한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나연 카라 활동가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동물 관련 사례를 전달할 때는 동물의 생태적 특징과 지역적 특징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해당 유튜버의 영상은 국외 일부 사례를 전달하면서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또 새와 고양이를 대결 구도로 봤는데, 자칫 동물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논리”라며 “영상의 파급력이 큰 만큼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고양이 전문 뉴스레터 ‘캣챠’도 지난 1일 새덕후의 영상과 관련해 “길고양이 학대·혐오를 공모하고 실제 범죄를 저질러 전시하던 커뮤니티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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