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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설악산 케이블카, 정부 산하 환경평가기관 5곳 ‘부정적’

등록 2023-02-21 06:00수정 2023-02-27 16:59

환경연구원 등 5곳 “환경에 영향 커”
희귀식물 · 산양 생태계 교란 우려도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가운데)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도보순례를 시작한 지난달 26일 강원 양양 한계령휴게소 인근에서 산양이 그려져 있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가운데)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도보순례를 시작한 지난달 26일 강원 양양 한계령휴게소 인근에서 산양이 그려져 있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강원도의 숙원 사업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환경영향평가 전문 검토기관들이 모두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환경연구원(KEI)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확보한 기관별 검토의견을 보면, 한국환경연구원을 포함한 5개 전문기관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승인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하고, 환경부는 이에 대한 전문기관 검토의견을 취합해 사업에 ‘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 ‘반려’ 등 의견을 내게 된다. 환경부가 동의하면 후속 절차가 진행되는데, 이 사업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투자사업 심사 등이 이어진다. 현재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강원 양양군이 제출한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검토 중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은 검토의견에서 “자연의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전돼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산양 서식에 미치는 영향 △법정보호 희귀식물 이식 및 보전방안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훼손 등과 관련해 “사업자가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재보완서에서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변화지수가 0.327로 2019년 양양군이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를 제출할 당시(0.172)보다 90%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가이드라인(0.1)보다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환경부는 사업에 부동의한 바 있다. 이 지수는 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지형적 변화를 수치화한 것으로, 증가하면 그만큼 환경 훼손 정도도 심해질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과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상부정류장 면적이 확대돼 훼손면적이 증가될 우려가 높으므로, 훼손 면적을 최소화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립생태원도 전체 사업면적의 지형변화지수가 보완서의 0.338에서 재보완서에서 0.425로 증가했다며 지형 훼손을 최소화하라고 지적했다. 훼손 수목도 보완서에서보다 증가해 ‘식생 훼손을 최소화하라’(국립생태원), ‘훼손 수목 1721주에 대한 처리·활용 계획이 부재하므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라’(국립환경과학원) 등의 지적이 나왔다.

전문기관들은 또한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생태를 교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산양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공간에 시설물이 설치될 경우 산양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공사 시 소음에 의한 서식환경 영향은 명확할 것”이라며 “변화를 작은 규모로 볼 수 없다. 상부정류장 구역설정은 ‘산양서식지 핵심구역’을 포함하지 않는 범위로 계획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국립생태원은 “영향이 예상되는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법정보호종과 관련해 저감 방안이 대체로 미흡하다”며 산양 외 야생동물에 대한 영향도 지적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강풍에 따른 시설물 안전성과 관련해 사업자가 제출한 풍속 자료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업자는 풍속으로 인한 시설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주장했으나, 국립기상과학원은 사업자가 제시한 예측기간 등이 시설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기에 충분한지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와 지난 10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사업과 관련한 물음에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은주 의원은 “검토의견을 반영하면 환경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는 게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9년 환경부는 양양군이 낸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부동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이 낸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양양군은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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