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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설악산 뚫리면 국립공원 다 뚫린다”…케이블카 줄줄이 대기중

등록 2023-02-21 15:45수정 2023-02-21 22:17

가장 우수한 곳 케이블카 허가하면, 보전 논리도 힘 잃어
지리산∙북한산∙소백산∙속리산∙무등산 등 지자체 준비 태세
2016년 9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지리산·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추진 공동규탄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리산과 설악산을 상징하는 반달가슴곰과 산양을 포박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9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지리산·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추진 공동규탄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리산과 설악산을 상징하는 반달가슴곰과 산양을 포박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3월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온다. 환경부가 이 사업에 ‘동의’할 경우, 40년 넘게 불허된 국립공원(육상) 케이블카가 허가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오색케이블카를 시작으로 전국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우후죽순 설치되면서 자연환경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구간은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의 왼쪽 봉우리인 끝청(해발 1480m) 사이 3.5㎞ 구간이다.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생태경관을 지녔고 산양 등 멸종위기종이 사는 곳이어서, 이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면 다른 지역에 대한 케이블카 설치를 반려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일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재보완)에 대한 각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보면,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이 지역이 “전 국토의 1.65%밖에 되지 않는 자연보전지구”라며 “원형 보존이 먼저 적용돼야 할 공간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생태를 교란할 것이라고 전문기관들은 입을 모았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산양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공간에 시설물이 설치될 경우 산양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공사 시 소음에 의한 서식환경 영향은 명확할 것”이라며 “변화를 작은 규모로 볼 수 없다. 상부정류장 구역설정은 ‘산양서식지 핵심구역’을 포함하지 않는 범위로 계획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사업, 번번이 거부되다가…

오색케이블카 추진은 국립공원 규제 완화를 위해 육상과 해상 공원에 각각 한 곳씩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논란 끝에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도록 공원계획을 변경했고, △탐방로 회피 △멸종위기종 보호 △환경보전기금 조성 등 7가지를 설치 조건으로 달았다.

하지만 멸종위기종 산양이 사는 이곳이 이 조건을 통과하기란 애초에 쉽지 않았다.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는 연거푸 수정됐고, 환경부는 2019년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부동의는 케이블카 설치가 환경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걸 뜻한다.

이에 양양군은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취소 청구를 제기했고, 2020년 중앙행정심판위는 양양군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심판위는 이 사업이 이미 국립공원위원회의 공원계획 변경 승인을 받은 점을 지적하며,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을 근거로 부동의 통보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 결과를 두고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별도 절차인 환경영향평가를 국립공원 계획에 종속적인 것으로 취급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환경단체 생태지평 명호 소장은 “설악산은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국내에서 적용 가능한 주요 보호관리 체계가 다중으로 적용된 핵심 공간"이라며 “이 문제는 특정 지역의 개발 논란이 아니라 국립공원을 비롯한 보호지역 관리정책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사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례군 “지리산 공원계획 변경 신청 낸다”

환경정책상 국립공원은 최우선 보전 지역이다. 이 때문에 1980년 내장산을 마지막으로 육상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설치된 적이 없었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설악산을 제외한 지리산, 북한산, 소백산 등 세 곳의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다. 속리산, 무등산도 각각 관련 용역을 마쳤거나 논의된 적이 있어, 오색케이블카가 허가되면 본격적인 추진 작업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_소셜미디어팀
그래픽_소셜미디어팀

가장 적극적인 곳은 지리산 성삼재 근처로 케이블카를 올리려는 전남 구례군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17일 “올해 안에 노선을 재조정해 국립공원위원회에 공원계획 변경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최근 간부회의에서 케이블카 추진을 거론하는 등 지리산 권역의 경남 산청군, 함양군도 오색케이블카가 허가되면 곧장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도봉구는 2010년 국립공원공단이 주도한 북한산케이블카 후보지 중 하나였던 ‘도봉산 노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도봉구는 케이블카 설치를 포함한 ‘도봉산 관광 활성화 중장기 발전계획’에 대한 연구 용역을 7일 입찰 공고했다. 도봉구 관계자는 “여러 연구 주제 중에 케이블카 설치 방안이 포함된 것”이라며 “위치, 거리 등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소백산을 끼고 있는 경북 영주시는 올해 안에 주민의견 수렴과 케이블카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박남서 영주시장은 지난해 12월 지역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매년 200억원가량의 기금을 적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2016년 속리산 케이블카 기본 구상과 타당성 용역까지 마친 충북 보은군도 오색케이블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안병천 보은군 관광시설팀장은 “설악산 등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해 환경부 등과 마찰이 이어지면서,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 관련 논의도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광주시에서는 이용섭 전 시장이 언급하는 등 무등산 케이블카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나, 관련 논의가 구체적으로 발전하진 않은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색케이블카는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시범사업 후보지로 결정된 것”이라며 “시범사업 이후 장기간 효과와 결과를 분석해 다른 케이블카를 추진할지 말지 정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이라고 하기에는 국내에서 가장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이라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 ‘설악산도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논리가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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