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중단 및 공개검증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사업을 추진해도 좋다는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냈다. 기존의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는데도, 정권이 바뀌자 환경부가 통과시켜준 것이라며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사업 시행자인 국토교통부는 공항건설 기본계획을 수립해 고시하는 절차에 착수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도시 개발∙도로∙항만∙공항 등의 계획과 입지의 적정성과 타당성 등을 환경적 측면에서 검토하는 절차다. 하지만 실시∙시행계획 단계에서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협의 절차를 주관하게 돼 있어, 앞으로 사업 허가의 열쇠는 제주도가 쥐게 된다.
환경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상위 및 관련 계획과의 부합성이 인정되고,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되는 등 입지 타당성이 인정됨에 따라 조건부 협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환경부는 협의 조건으로 △행정계획 확정 및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 △항공 안전을 위한 조류 충돌 방지 대책과 위험 관리 계획을 수립 △항공소음 영향 대책 수립 △법정 보호생물 보호와 숨골(동굴 등의 붕괴로 만들어져 많은 물이 막힘 없이 지하로 침투되는 곳) 영향 조사 및 저감 방안 수립 등을 주문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9월 환경부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처음 제출했고, 환경부의 ‘보완’ 통보로 그해 12월과 2021년 6월 평가서를 다시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2021년 7월 △조류와 서식지 보호 방안 검토 미흡 △남방큰돌고래 영향 저감방안 검토와 보완 필요 △숨골의 보전가치 미제시 등을 이유로 평가서를 ‘반려’했다.
하지만 제주 제2공항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의 공약으로 제시됐고, 정권이 바뀌자 본격적으로 재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작성해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과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집행위원장)은 “연간 15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으로 제주도의 환경 수용력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제2공항은 제주도의 환경 수용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관광객의 양적 확대 정책으로 제주도민들 삶의 질 향상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의 신수연 해양생태팀장(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팀장)은 “2년 전 반려됐을 당시 전문기관에서 지적한 것처럼, 제주 제2공항 사업이 시행되면 숨골이나 용암동굴을 메우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 비가역적인 훼손이 발생한다. 항공기 충돌로 인해 조류를 보호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과 제2공항의 입지는 같은데 다른 결과를 내놓는 것은 환경부가 국토부 개발사업의 들러리 역할을 한 것”이라며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와 이번 제주 제2공항 등 정권 입맛에 맞게 개발사업에 모두 동의해주는 것은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저버리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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