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복합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수온 상승,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을 일으켜요.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약(BBNJ) 5차 비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공해(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다) 보호를 위한 국제해양조약 체결에 합의했어요. 기후위기, 불법 어업, 해양 오염 등으로부터 전세계 바다의 61%를 차지하는 공해를 법적 구속력이 있게 보호하자는 취지에요. 그럼 과연 기후위기는 지구표면의 71%를 덮고 있는 바다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기후위기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고 광범위해요. 해양생태계와 이에 의존하는 생물과 사람들에게 중대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만 콕 집어서 살펴볼게요.
①수온 상승…우리나라 수온은 세계평균보다 2배 상승
1970년 이후 바다는 인간이 만든 온실가스로 인한 초과 열의 90% 이상을 흡수했어요. 지구가 온난화됨에 따라 바다도 함께 온난화되는 거죠.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모든 바다 온도가 골고루 상승하는 건 아니예요. 수온이 빠르게 오르거나 천천히 오르는 지역이 있고,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수온이 떨어지는 바다도 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수온 상승이 가파른 지역에 속해요.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3년동안(1968~2020년) 전세계 바다의 평균 수온은 약 0.53도 상승했어요. 그런데 같은 기간 우리나라 수온은 1968년 16.1도에서 2020년 17.4도로 약 1.3도 상승했어요. 세계평균 수온보다 우리나라 수온이 2배 이상 상승한 거죠.
이러한 수온상승의 결과는 뭘까요? 우선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쳐요. 따뜻해진 바닷물은 산호 백화현상을 일으킵니다. 백화현상은 산호에 붙어 공생하면서 영양분을 주고 받는 조류가 수온 상승으로 사라지면서 산호초 표면이 하얗게 드러나 보이는 현상인데요. 심한 경우 산호의 죽음으로 이어져 바다 생물 다양성의 근간인 산호초 생태계를 황폐화하게 돼요.
해양생물들의 서식지와 어업에도 영향을 미쳐요. 예를 들어 해수 온도 상승은 참치의 서식지를 변화시켜 태평양 제도의 동쪽으로 상당히 이동하게 만들었어요. 이러한 서식지의 이동은 참치로 먹고 살던 피지와 쿡 제도 등 많은 태평양 섬 국가들의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어요. 또 명태는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 차가운 물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해요.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수온이 상승한 우리나라 동해에서는 명태·멸치, 남해에서는 갈치·정어리, 서해에서는 갑오징어 등의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거나 고갈됐어요.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어획량 감소와 어민들의 수익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요. 또 어패류의 소비자 가격이 상승해 밥상 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되겠죠.
②해양 산성화…지난 5500만년보다 100배 빠른 속도로
바다는 인간 활동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를 흡수해요. 바다가 온실가스를 흡수함으로써 지구 온난화의 속도 줄여주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에요. 반면, 이 때문에 바다는 산성화가 되고 있답니다.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으면 탄산이 생기고 바닷물의 수소이온농도(pH) 낮아져 산성이 강해져요. 1750년에는 바다의 수소이온농도가 8.2였어요. 지난 1980년대에는 8.11이었고, 2016년에는 8.06미만으로 감소해 산도가 강해졌어요. 이러한 산성화 속도는 지난 5500만년 동안 경험한 산도의 변화보다
약 100배 빠른 속도예요. 1980년대 후반 이래 매 10년간 0.017~0.027피에이치(pH) 비율로 전지구의 평균 표면
바다 수소이온농도가 확연한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는 거죠. 참고로 탄산음료인 콜라, 사이다는 피에이치가 2.5~3.5가량의 산성을 띠고 있답니다.
바다가 산성화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패류와 갑각류 등으로부터 칼슘을 빼앗아 이 생물들의 껍데기에 구멍이 나게 되거나 껍데기를 얇게 만들게 돼요. 또 해양 생물의 생식 능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어요. 이뿐 아니예요. 어린 열대어는 산성화로 위치 감각에 장애가 생기고, 후각 기능이 약해져 쉽게 잡혀 먹히게 된다는 연구도 있고요. 해파리 수가 증가해 어류의 먹이인 동물플랑크톤을 비롯해 물고기 알과 치어를 잡아먹어 어류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어요. 수온 상승과 함께 산호 백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이처럼 해양 산성화는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이러한 변화는 해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산업, 수산양식, 관광 등 해양 산업에도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입니다.
③해수면 상승…몰디브 해발고도는 100㎝인데, 최대 188㎝ 상승
전세계 평균 해수면은
1880년 이후 2021년까지 141년 동안 약 24.9㎝ 상승했어요. 1880~2013년까지는 매년 평균 0.15㎝씩 상승했고, 1993년 이후엔 연간 0.3~0.36㎝로 2배 빠른 속도로 상승했어요. 해수면 상승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바닷물이 팽창하는 것과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는 것,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해요.
해수면 상승은 해안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요. 바닷물이 저지대 습지와 마른 땅에 범람하게 돼요. 해안선을 침식하고, 해안 홍수도 일으켜요. 강 하구와 인근 지하수층으로 소금기 짙은 바닷물이 흘러 들어가기도 해요. 또 해수면이 높아지면 해안 기반 시설이 폭풍 피해에 더욱 취약해지기도 합니다.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95~2014년에 견줘 2100년에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SSP1-2.6)에서 32~62㎝ 상승하고,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계속 사용할 경우(SSP5-8.5)엔 98~188㎝
상승하게 될 전망입니다.
해발고도가 100㎝ 안팎의 섬들로 이뤄진 몰디브, 해발고도 200~450㎝ 정도의 섬들로 이뤄진 투발루, 그리고 키리바시,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은 지금도 해수면 상승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기후변화 ‘쫌’ 아는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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