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홍 가덕도 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이 지난 3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대비를 위해 환경부에서 추천받은 검토기관 위원들로 자문단을 꾸려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단체 생태지평은 2일 성명에서 “시험 채점자를 데려다 답안지부터 작성하는 행태는 4대강 사업과 무엇이 다르냐”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국토부는 부산시에서 유치를 추진 중인 ‘2030년 부산 엑스포’ 이전 개항을 목표로 가덕도 신공항 설계방식을 ‘지상 및 해상 매립식’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공기 단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지난달 4일 국토부는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협조 공문을 보내, 한국환경연구원 등 5개 환경영향평가
법적 검토기관 출신을 추천 받아 7명의 자문단을 꾸렸다. 이들은
19일 세종시에서 첫 회의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자인 국토부와 환경영향평가 용역팀을 상대로 구체적인 자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따르면,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면, 검토기관들이 이를 독립적으로 분석∙검토해 환경부에 전달한다. 환경부는 이를 바탕으로 보완∙재보안 등의 결정으로 사업자와 협의를 하거나, 동의∙부동의 등의 결정으로 협의 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생태지평은 “객관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검토기관들의 의견을 통해 사전에 (평가서를) 점검받은 것”이라며 “채점자를 데려와 시험을 대비하는 전형적 입시비리와 다르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2018년 감사원이 낸 ‘4대강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 보고서를 보면, 환경영향평가 소요기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환경부 본부는 소속 직원을 국토부에 파견해 평가서 작성과 협의, 방향 등에 직접 관여했다.
생태지평은 “환경부 역시 평가제도의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를 위해 2017년 11월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법률을 개정했다”며 “대형 국책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사회적 갈등 예방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관련 지침을 보완, 교육한다고 발표한 게 고작 5년 전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환경부는 지금 당장 자문위원 추천을 취소하고, 국토부는 자문단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는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