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4월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관련해 물 공급체계 조정, 대체 수자원 개발로 하루 61만톤 용수 추가 확보 등 중장기 가뭄대책 발표를 마친 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광주∙전남 지역 가뭄을 계기로 영산강, 섬진강을 대상으로 수립한 중장기 가뭄 대책을 낙동강 등 다른 유역으로 확대하겠다고 환경부가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4대강 정책을 다시 짜겠다고 밝힌 터여서, 가뭄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4대강 보 개방∙해체 정책을 폐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고 댐과 보, 하굿둑의 연계 운영을 착실히 이행해 홍수, 가뭄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덧붙여 “지난 4월 수립한 영산강, 섬진강 유역의 중장기 가뭄 대책을 낙동강 등 타 유역까지 확대해 국가 전반의 가뭄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 지난 정부 때 이뤄진 4대강 보 개방∙해체 결정을 폐기하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국립환경과학원과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가 지난 3일 한국환경분석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4대강 33개 수질 관측 지점에서
81%가 개선되고 6%가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의 신뢰성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한화진 장관은 “나는 항상 과학에 기반한 정책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국내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니터링을 해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저는 이 결과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총인(T-P), 부유물질량(SS) 등 세 수질 지표만 평가했고, 정작 녹조와 관련 있거나 4대강 같은 호소에서 많이 쓰이는 클로로필-에이(a)나 화학적산소요구랑(COD)은 평가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 악화 염려 때문에 수조원을 들여 총인처리시설을 하수처리장에 대거 증설한 걸 감안하면 총인 등 수치가 개선되는 게 당연하고, 오히려 다른 수질 지표를 봐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 주장이다.
이 결과는 기존의 환경부 입장과도 배치된다. 환경부는 2021년
4월 보도자료와
9월 카드뉴스 등에서 생화화적산소요구량과 총인은 보 설치 및 개방과 상관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류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 증감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보 수문 개방 전후의 변화가 일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보 수문 개방에 따라 녹조 관련한 수질 수치는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 장관은 이런 과거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비과학적’이라고 지목한 셈이다.
한 장관은 지난 정부가 화학적산소요구량 등을 통해 보 해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법정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는 항목(COD)을 쓰는 것은 과학에 기반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 4대강 사업 평가 과정에서 화학적산소요구량이 수질 비교 항목에 포함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적산소요구량은 2016년 총유기탄소 량(TOC)로 대체됐다. 하지만 보 건설 이전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과거에도 쓰였고 현재에도 비교치 분석을 위해 측정 중인
화학적산소요구량을 쓸 수밖에 없다. 한 장관은 “ (지난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은 과학에 기반한 결정이라 보기 어렵다 ”며 4대강 재자연화 반대론을 이어갔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금강 세종보, 공주보 및 영산강 죽산보 해체 △금강 백제보 및 영산강 승촌보 상시개방의 대안을 내놨다. 다만, 주민 합의를 조건으로 내세워 실제로 해체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밖에 한 장관은 미군 반환기지 터를 근본적인 오염정화 작업 없이 용산어린이정원으로 개방한 것에 대해 “국토부와 함께 하루 9시간, 주 3회, 25년 방문 조건으로 안전성 분석을 했다”며 “장관으로서 유해성이 없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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