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정의로운 전환 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력연맹 제공
“최근 몇년 사이 이직률이 10% 안팎으로 올라갔어요.”
이갑희(48)씨는 한국동서발전 당진본부에서 터빈·보일러 정비, 발전운전 업무 등을 하며 17년 넘게 근무했다. 2005년, 화력발전 공기업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국가 산업 발전에 일조한다는 뿌듯함이 있었지만, 요즘은 전처럼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발전소’를 퇴출 1순위에 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는 2029~2030년 여수·울산에 들어설 가스발전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을 보장(인력 70%)하겠다고 하지만, 협력사 직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5만여 화력발전 종사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이 11일 정부를 상대로 탄소중립기본계획 의결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정의로운 전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날 현 정부가 노동자를 배제한 채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구성한 뒤 ‘탄소중립기본계획안’을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는 내용이 담긴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 노동자들의 부담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는 이를 고려해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세울 때 노동자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의견을 들은 뒤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탄녹위는 2022년 2기 위원회를 구성할 때 그나마 있던 노동계 몫을 삭제하며 위원회 구성을 산업계 대표를 비롯한 친기업적 전문가들로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핵심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탄소중립 정책 결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전환 방향과 내용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 원칙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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