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에 세계 최초로 설치된 흰고래 바다쉼터. 자연 지형을 이용해 바다가 움푹 들어간 곳에 그물을 쳐놓아 흰고래가 넓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남종영 기자
해양수산부가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를 경북 영덕으로 정하고 내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돌고래 바다쉼터는 외국에서 수입했거나 수족관에서 태어나 원 서식지에 야생방류가 불가능한 돌고래 등을 자연환경과 가까운 환경에서 보호하는 곳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17일 “경북 영덕의 대진1리항을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로 잠정 결정했다”며 “내년부터 설계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진1리항은 경북 영덕군 영해면 대진1리에 있는 소규모 어항으로, 어선의 이용이 드문 편이다. 방파제가 어항을 둘러싸고 있어, 태풍이 불어도 돌고래를 육상으로 대피시킬 일이 적다. 근처에는 대진∙덕천∙고래불 해수욕장이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민들은 주로 남쪽의 대진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대진1리항은 바다쉼터 조성이 쉽고, 방파제로 태풍에 견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지난해 문을 닫은 제주 중문의 퍼시픽리솜(전 퍼시픽랜드)이 경남 거제의 거제 씨월드로 보낸 일본산 큰돌고래 두 마리(태지∙아랑)를 먼저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373억원을 들여 2025년 병곡면 영리에 완공할 예정인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와 연계해 돌고래 바다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종복원센터는 해양동물을 구조∙치료하는 역할을 맡는데, 바다쉼터에서 보호하는 돌고래도 긴급 대피나 질병 치료가 필요할 때 센터의 관리를 받는다.
해수부는 그간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 선정 등 관련 용역을 위해 예산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영구적인 시설이 아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왔다. 해수부는 이에 후보지를 자체 선정하고 설계비 12억원을 내년 예산에 요청하기로 했다. 돌고래 보호 시설과 함께 생태관광 및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영덕군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시작으로 8마리의 돌고래가 제주 바대에 야생방류됐으나, 2017년 방류된 금등이와 대포 그리고 지난해 방사된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방류 직후 종적을 감췄다. 연안 1~2㎞를 서식지로 하는 종 특성상 여태 발견되지 않았다면 길을 잃고 폐사했을 가능성이 커, ‘야생방류 실적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약 3000마리가 넘는 고래와 돌고래가 수족관에 감금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처럼 고향 서식지가 가까이 있어 야생방류가 쉬운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된 개체이거나 수족관에서 태어난 개체여서 섣부른 야생방사는 위험하다. 현재 국내 수족관 5곳에 있는 흰고래 5마리와 큰돌고래 16마리는 모두 일본∙러시아에서 수입됐거나 수족관에서 탄생한 개체라, 야생방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야생방사가 어려운 돌고래나 흰고래(벨루가)를 보호하는 바다쉼터가 여러 나라에서 추진∙건립되고 있다. 최대한 야생과 가까운 환경에서 여생을 보내게 함으로써 돌고래 삶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야생보전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수족관업체 시라이프가 설립한 시라이프재단은
아이슬란드에서 흰고래 쉼터를 운영 중이고, 캐나다 노바스코샤를 비롯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돌고래 바다쉼터가 추진되고 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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