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가 태풍 '카눈'으로 하천 제방이 유실돼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 구조대가 혹시 모를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남단 내륙을 세로로 관통한 초유의 태풍 ‘카눈’은 11일 오전 북한 평양 인근 육상에서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0일 오전 9시20분 경남 거제에 상륙한 카눈이 경상 서부와 충북, 경기 동부를 지나 북한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카눈은 11일 새벽 3시 서울 북북서쪽 약 80㎞ 부근 육상을 지나, 북한으로 넘어가 오전 9께 평양 남쪽 약 30㎞ 부근 육상에서 열대 저압부로 변질될 것으로 보인다.
카눈은 그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들과 다르게 ‘느리게 북서진’하는 특징을 보였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느리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더 많은 비바람을 쏟아내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카툰이 한반도 전체를 느리게 관통하며 큰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카눈은 이날 밤 수도권을 지나면서 빠르게 힘을 잃었다. 카눈은 이날 오전 강도 ‘중’으로 상륙했지만, 내륙을 지나며 점차 세력이 약화해 밤 10시께 강도 등급이 분류되지 않은 ‘일반’ 태풍으로 바뀌었다. 소멸 시점과 위치도 앞당겨졌다. 내륙을 통과하면서 따뜻한 바닷물의 힘을 받지 못한 데다, 한국 지형이 복잡해 마찰을 많이 받았다는 점 등이 카눈의 세력을 약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는 제6호 태풍 카눈이 남해안에 상륙한 10일 오전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 창문에 엑스(X)자로 테이프가 붙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밤 9시께 서울 동남동쪽 40㎞ 지점을 지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이날 오전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열릴 예정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형 스크린 설치 등 막바지 무대 설치가 진행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기상청은 카눈이 11일 북한 쪽으로 빠져나가지만, 이날 오전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태풍의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수도권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고, 해안 중심으로 매우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등이 일 것으로 보인다.
11일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충북과 전북(자정~오전 6시)을 비롯해 서울·경기·강원(오후 12~6시), 인천(오후 6~9시) 등에는 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까지 이틀간 예상 강수량은 △강원영동 중·북부 최대 150㎜ △강원 북부 동해안 최대 250㎜ △서울 등 수도권 최대 120㎜다. 11일 저녁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 때는 약한 수준의 빗방울이 떨어질 전망이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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