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홍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이 지난 3월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문경 지방공학회장, 최연철 한서대 교수, 박지홍 단장.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이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운영하는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EIASS)을 보면,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국토부가 제출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보완 요구 없이 ‘조건부 협의’ 의견으로 협의를 완료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협의’는 협의에 조건을 붙인 것이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대부분이 이런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어,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청신호를 보내준 것이다. 실제로 한국농어촌공사가 시행하는 ‘상주 농업스타트업단지 조성사업’을 비롯해 지난달 완료된 전략환경환경영향평가 협의 20여개가 모두 조건부 협의 형태였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육지부와 해상 약 666만㎡에 2029년까지 약 14조원을 들여 길이 3500m·폭 45m 활주로와 계류장 58면, 여객·화물 터미널 등을 갖춘 공항을 짓는 사업이다. 공항 부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나팔고둥·수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검붉은수지맨드라미·구렁이·대흥란·둔한진총산호·유착나무돌산호·해송 등이 서식한다. 부지에는 해식애·시스택·해안단구 13곳과 동백군락,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류 일부도 포함됐다.
환경·시민사회 단체들은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대규모 매립으로 해양환경이 파괴되고 막대한 어업 손실이 이어질 것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여왔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환경부가 국토부의 영향평가서 작성 과정에 환경영향평가 검토위원들이 자문할 수 있도록 추천해 준 것으로 드러나
환경단체들로부터 “채점자들을 동원해 특별 과외를 시켜준 것”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환경부는 이런 점을 의식해 이날 협의를 완료하며 △계획지구 주변의 지리적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여 조류 서식 현황과 이동 특성에 대해 정밀 조사·분석하고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및 위험관리 계획을 마련해야 하며 △계획지구의 법정 보호생물 서식현황을 조사하고 관련분야별 전문가 자문을 받아 포획, 이주·이식, 대체서식지 조성 및 모니터링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시행으로 인한 수산업 확동과 수산자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주변 항만시설 개발계획 등과 연계해 저감방안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 됨에 따라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재해영향평가, 해상교통안전진단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기본계획을 확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실시설계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다시 진행되지만 전례를 볼 때 환경영향평가가 사업 진행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정부는 이미 내년 예산에 가덕도신공항건설사업비로 5233억2100만원을 편성해 둔 상태다.
강은주 생태지평 연구기획실장은 “환경부 협조 하에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형식적 진행으로 전락했다”며 “환경부가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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