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원자력 관련 피감기관 관계자들. 앞줄 맨 왼쪽에 앉은 사람이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이다. 연합뉴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하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뻐꾸기’에 비유하며 사퇴를 압박한 지난해 국감 모습이 그대로 재연됐다. 달라진 것은 김 이사장에 대한 비유가 ‘하마스 테러리스트 모사드 간부’로 바뀌고 주공격수 의원이 교체됐다는 점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감 첫 질의에서 김 이사장에게 “이사장님에 대해 ‘시민단체서 잔뼈가 굵은 탈원전 환경운동 전문가’라고 언론에 나왔다”며 “혹시 과거에 같이 활동하던 단체 이런 데 기부금, 후원금을 이사장이 된 다음에 낸 적 있느냐”고 물었다. 김 이사장은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사무처장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통합진보당 비례)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
김 이사장은 이 질문에 “후원금을 내는 것은 시민으로서 저 자신의 선택이고 판단”이라는 답변으로 넘어가려 했으나 “냅니까, 안 냅니까?”라는 거듭된 다그침에 결국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의원은 “원전 관련 기관에서 돈 벌어서 원전 반대하는 기관에 후원금 내고 있는 것 맞네요”라면서 발언을 이어가다 “비전향장기수를 통일부 장관에 앉히면 되겠느냐, (팔레스타인)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 간부에 앉히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탈원전을 주장한 김 위원장의 전력을 들어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셈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원자력안전재단의 주 임무가 ‘국민 안전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원자력·방사선 안전기반 조성에 기여’하는 것이란 점을 들어 원전에 대한 개인적 신념이 직무 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김 의원은 오후 국감 때도 김 이사장을 상대로 비슷한 공세를 계속하다 “원자력 관련 기관장들에게 대해서는 엄격한 자격 요건이 갖춰져야 되는데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며 “이게 잘못하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정도가 아니라 하마스 테러리스트한테 모사드를 맡긴 꼴이 될 수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야당 의원석에서 “적당히 하라”는 등의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며 국감장에 잠시 소란이 벌어졌다. 이후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떤 기관장에 대해 질책을 하는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거의 ‘십자가 밟기’(기독교인을 가려내기 위해 십자가를 밟고 지나가게 하는 것) 수준의 그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 작년에는 ‘뻐꾸기’였는데 이번엔 ‘하마스’인가. 피감 기관장도 인격이 있고 인권 있는 분들이 아니겠나”라며 여당 의원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뻐꾸기’는 지난해 과방위 국감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 이사장에게 한 표현이다. 권 의원은 당시 김 이사장에게 “정의당에 있다가 민주당 정부가 있다가 또 윤석열 정부 밑에서 일을 하고, 이 둥지 저 둥지 옮겨가며 사는 뻐꾸기냐.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 권 의원은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그 뭐하러 그런 짓 합니까?”라는 인격모독성 발언까지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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