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1조 나무(Trillion Trees) 캠페인’은 미국과 아마존, 인도 등지의 숲을 보전하고 재조림해 탄소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유엔이 지원을 약속했고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후원도 받았다. 미국 하원은 ‘1조 나무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기후행동을 빙자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고 비난했다.
캠페인이 시작된 건 토머스 크라우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수(생태학과)가 2019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제한 논문 때문이었다. 논문에서 그는 숲의 탄소 저장력이 2050억톤에 이른다며 생태계 복원이 기후위기를 완화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탄소 3천억톤의 3분의 2에 이르는 양이었다. 산업계가 열렬히 반응했다. 다만 주로 나무만 많이 심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저탄소 설비로 전환하는 대신 비용이 싼 나무 심기를 하고 그만큼을 탄소 배출권으로 돌려받는 기업이 늘었다.
하지만 바로 학계와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효과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바버라 하야 미국 유시(UC)버클리대 교수는 전세계 삼림보전사업 17개를 분석해 탄소 흡수량이 13배 과장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1조그루 나무의 환상’이란 기사에서 각국 정부가 약속한 식목 면적만 633만㎢라고 밝혔다. 남한의 63배, 중국의 3분의 2 크기로, 아마존 열대우림보다 넓다. 필요 면적이 이 2배인 1200만㎢란 계산도 있다.
당연히 그런 땅은 찾기 어렵다. 지구상 육지 70% 이상이 인류의 영향을 받는다. 이미 있는 숲도 목초지로 바꾸는 판이다. 아마존 우림은 해마다 남한의 절반만큼 사라진다. 또 산업형 임업은 어릴 때 나무를 베어내 건축자재나 종이로 만든다. 나무는 계속 성장해야만 탄소를 저장한다. 방해하면 배출량이 더 많아진다. 크라우더 교수는 지난 13일 다시 ‘네이처’지에 숲의 탄소 저장력이 2260억톤이라는 새로운 논문을 내고 “탄소 흡수 잠재력의 61%는 숲을 벌채 없이 가꾸는 것으로 확보할 수 있다”며 나무 심기가 아닌, 숲의 보전을 강조했다. 숲을 보전하려면 그만큼의 목재와 고무, 팜유, 커피, 소고기를 포기해야 한다. 결국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손쉬운 해결책만을 기대하는 태도가 위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박기용 기후변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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