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3일(현지시각) ‘특별한 시상식’이 열렸다. 세계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가 국제사회에서 ‘기후협상의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라들을 뽑아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 시상식이었다. 이른바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과 야유의 의미를 담아 주는 불명예스런 상이다. 이날 첫 수상의 ‘불명예’를 안은 나라는 뉴질랜드, 일본, 미국 등 3개국이다.
이날 오후 6시, 당사국총회 행사장 일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화석’처럼 검은색 바탕에 공룡 뼈가 그려진 옷을 입은 사회자가 “최악 중의 최악, 오늘의 화석상 주인공은?”이라고 외치자 50여 명의 관객들이 야유와 환호를 동시에 보냈다. 1999년부터 기후행동네트워크가 진행해 온 ‘전통’있는 시상식답게 다함께 ‘오늘의 화석상 노래’도 불렀다. 3위로 선정된 미국 수상자는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하는데 왜 이번에 3등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자국의 기후정책을 비꼬기도 했다.
뉴질랜드는 그동안 화석연료 퇴출을 지지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었으나 뉴질랜드는 지난달 새 정부 출범 이후 기후정책이 후퇴하며 첫 시상식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뉴질랜드 정부는 최근 석유·가스 탐사를 금지해온 아오테아로아 해역에서 다시 탐사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우리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 주도한 10년에 걸친 캠페인을 통해 뉴질랜드 해양에서의 석유·가스 탐사 금지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던 것을 기억한다. 현 정부는 뉴질랜드의 기후 리더십 유산을 없애고자 할 뿐만 아니라 마오리족과 정부 관계의 진전까지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가스나 석탄과 함께 수소와 암모니아를 저탄소원으로 함께 태우는 방식을 통해 화석연료 사용을 연장하기 위한 시도를 적극 펼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이런 일본의 시도를 화력발전소를 더 오래 운영할 수 있게 하려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일본의 이러한 노력은 화석 연료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재생 재생 가능 에너지를 3배로 늘리려는 글로벌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애물을 추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기후 영향에 대한 구호 자금을 지원하기보다 과도한 군사비 지출과 2050년까지 원자력 용량을 3배로 늘리는 등 기후 문제에 대한 갈등을 촉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이 수상 이유가 됐다. 기후행동네트워트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위한 군사 지원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각각 380억 달러와 600억 달러 이상 할당하면서 기후변화 ‘손실과 피해 기금’에 1750만 달러만 약속한 것을 비교하며 “기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이 보잘 것 없는 기여는 위선의 극치이며, 불의에 상처를 더하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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