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낮 12시45분 전북 부안 가력도 쪽 새만금 방조제 끝막이 공사 현장. 35t 초대형 덤프 트럭에서 마지막으로 쏟아진 큰 돌위덩이들이 방조제 양쪽 끝에 모여 선 사람들의 발밑을 울리며 굴러 떨어졌다. 그 순간 방조제 양쪽에서 “만세!” 소리가 터져나왔다.
부안에서 북쪽으로 바다를 가로질러 7.4㎞, 군산에서 남쪽으로 25.6㎞를 뻗어나온 방조제는 그렇게 만났다. 1991년 11월 총연장 33㎞의 방조제 연결공사에 들어간 지 14년5개월 만이다. 그 만남으로 수만년 동안 만경강과 동진강 깊숙한 곳까지 드나들던 바닷물은 새만금 개펄과 갈라졌다.
20여분 뒤 군산 쪽 방조제 끝에서 공사를 지켜보고 있던 박흥수 농림부 장관과 안종운 농촌공사 사장, 부안 쪽 방조제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연결된 방조제 한가운데서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이들 새만금 사업 ‘주역들’의 얼굴에는 ‘대역사’를 이루었다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이어진 기념행사에서 박흥수 농림부 장관은 “이번의 역사적인 방조제 연결로 독도 문제로 답답한 국민들의 속이 시원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단상에 오른 강 전북도지사도 흥분된 목소리로 “15년 동안 추진해온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대역사를 마무리했다”며 “새만금 간척지를 후손에게 자랑스런 유산으로 물려주자”고 말했다.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을 펼쳐 온 환경운동연합은 같은 시각 서울에서 새만금 방조제를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한 자책과 슬픔을 담은 성명을 냈다. “노력과 운동이 현명하고 강력하지 못했던 탓에 새만금의 환상을 퍼뜨리는 정치인들과 개발세력을 막아내지 못했고, 새만금 사업의 부당함을 국민들에게 설득하지 못했다”는 반성이었다. 그리고 노랑조개, 대추고동, 큰구슬우렁이, 노랑부리저어새 등 사라질 뭇생명의 이름을 부르며 조의를 표했다.
이날 공사로 전북 부안·김제 사이의 바다를 막아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가까운 8500만평의 토지와 3500만평 크기의 담수호로 개조하는 작업은 돌이키기 힘든 고비를 넘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간척인지는 아직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간척지의 용도를 결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나오는 오는 6월, 논쟁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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