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착공을 앞두고 행정도시의 모습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행정도시는 지난 11월29일 개발계획을 확정하면서 교통, 환경, 하천, 경관 등에 친환경·친인간적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계획은 현재 건설중인 혁신·기업 도시는 물론 기존 도시에도 적극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도시의 많은 문제점들을 개선한 행정도시의 친환경적인 교통계획을 살펴본다.
도로마다 자전거·사람길 나란히
쾌적한 빠른버스 대중교통 이끌어
도로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다=행정도시의 친환경·친인간적 교통 체계를 잘 보여주는 것은 도로의 구성이다. 주요 도로인 고리형 대중교통중심도로 전체 너비 40m 가운데 승용차에 주어진 너비는 14m(4차로)에 불과하다. 12m는 사람과 자전거에, 10m(중앙분리대 2m 포함)는 버스에, 3m는 나무와 풀한테 주어졌다. 특히 자전거 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외곽순환도로 말고도 간선·보조간선·지선 등 모든 도로에 보행자 도로와 함께 설치된다.
또 대중교통중심도로 가운데 중앙행정·문화·국제교류·대학·첨단지식 지구 부근의 일부 구간에선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다. 대신 대중교통과 보행자·자전거 통행만 가능한 ‘대중교통 전용지구’(트랜싯 몰)가 설치된다. 보행자가 많고 상업기능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구간에서 자동차로 인한 교통 정체와 대기 오염을 미리 막자는 취지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행정도시 교통체계는 환상형 대중교통도로를 중심으로 업무와 생활지구를 배치·연결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차량 이동이나 토지 이용이 줄어들어 친환경적”이라며 “차로에서도 대중교통과 보행·자전거를 먼저 배려하고 자동차를 뒤에 둔 것은 한국 도시계획 역사상 최초의 일”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은 없다, 그러나…=행정도시에는 주요 대도시에 설치된 지하철이 없다. 그러나 지하철의 성능과 편리함을 능가하는 ‘빠른버스’(간선급행버스·BRT)가 도입돼 행정도시의 대중교통을 이끌 예정이다. 빠른버스는 기차 레일을 방불케 하는 버스중앙차로, 보행자·자전거·지선·간선 도로 환승체계, 기차·전철역 수준의 정류장, 자동운전·우선신호·교통정보 시스템 등의 기반시설과 굴절버스·저상버스 등 첨단 교통수단을 함께 갖춘 첨단 도시교통 시스템이다.
애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빠른버스와 함께 행정도시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경전철(노면전차·모노레일 등), 중전철(지하철 등), 자기부상열차 등을 검토했다. 그러나 연속성, 편의성, 환경성, 경제성 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빠른버스를 지상에서 운행하기로 결정했다. 장기적으로 행정도시가 성장하면서 교통량이 늘어나면 빠른버스를 노면전차나 모노레일 등 경전철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영운 행정도시청 교통계획팀장은 “행정도시 간선급행버스 시스템은 전용 차로를 턱이나 분리대로 구분하고 우선신호를 주며 전기나 천연가스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다”며 “접근성이나 편의성은 지하철보다 낫고 정시성이나 쾌적성은 지하철에 못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도시는 도시 주요 교통수단을 지하철이나 승용차가 아닌 빠른버스(간선급행버스·BRT)로 결정했다. 사진은 미래형 저상·굴절 버스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행정도시는 기존에 레저나 스포츠용으로 여겼던 보행과 자전거를 교통수단에 포함시켰다. 이것은 행정도시가 대중교통중심도로를 따라 대중교통형 자전거 도로망을 짜기로 하면서 가능해졌다. 물론 생활권 내부나 중심부 대공원, 금강가를 연결하는 레저·생활형 자전거 도로망도 함께 조성된다. 공공기관, 상업시설, 공원, 학교 등 공공공간엔 도난과 악천후에 대비한 대규모 자전거 주차시설도 마련된다. 또 문화·대학·상업·정부청사 거리와 대중교통중심도로~생활권 사이에는 보행자 전용도로와 광장도 갖춰진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