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태풍 ‘우사기’의 영향으로 파도가 높게 일어 수영이 금지되자, 충남 보령시 신흑동 대천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수심이 얕은 곳으로 나와 물놀이를 하고 있다. 보령/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여름방학 늘고 휴가 패턴 많이 바뀔듯
패션업계 기후변화 맞춰 마케팅 변화
패션업계 기후변화 맞춰 마케팅 변화
장마가 끝난 뒤에도 예측하기 힘든 국지성 집중호우가 여름 내내 내리다시피 하는 ‘이상 기후’가 올해 휴가철 시민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의 여름철 생활양식이 상당 부분 바뀔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이상 기후 앞으로도 계속=전문가들은 8월의 열대야 현상과 국지성 집중호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는만큼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상청 윤원태 기후예측과장은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에너지가 커지고 수증기 함량이 높아지면서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가 늘어난 것”이라며 “국지적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의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적인 조건 때문에 정확한 예보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 역시 “평균적인 기온 상승만 보자면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는 날씨 예측 방법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일상의 변화=기후 변화에 발맞춰 여름방학이 늘어나는 등 일상의 변화가 예상된다.
교육부 초중등교육정책과 이기성 장학관은 “지금도 학교장 재량에 따라 여름방학을 당기고 겨울방학을 늦추는 학교가 여럿 있다”며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갈수록 여름이 빨라지고 오래 지속됨에 따라 두 달 가까운 겨울방학을 줄이고 여름방학을 늘리자는 얘기가 교육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냉방시설이 부족한 학교가 많은데다, 겨울방학이 길어 학년 마무리와 학기 초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후 변화는 사람들의 휴가 패턴도 바꾸고 있다. 회사원 박재현(29)씨는 “이번 휴가 때 가족과 2박3일 계획으로 해수욕장에 갔다가 호우주의보까지 내려 1박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며 “내년에는 날씨와 상관없이 편히 쉴 수 있는 호텔 패키지 상품을 택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문정(27·여)씨는 “비가 자주 오니 밖으로 나갈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영화관 등 실내를 더 많이 찾게 된다”고 말했다.
휴먼경영연구원 김지선 실장은 “올해처럼 예측하기 힘든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여름=휴가철’이라는 개념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여름에 맞춰 일괄적으로 떠나던 휴가에서 개인 및 가족의 취향을 고려한 휴가로 바뀌면서 여가문화의 개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에서도 휴가를 자기 개발과 연관지을 수 있도록 안식년이나 안식월 제도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에 민감한 패션 분야에서는 기후 마케팅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패션업체 한섬의 이승욱 과장은 “장마 아닌 장마 때문에 요새는 여름 상품도, 출고한 가을 상품도 팔리지 않아 판매가 20% 가량 떨어졌다”며 “내년에는 간절기 상품의 출고 시기를 아열대 날씨를 고려해 1~2주 정도 늦추는 방향으로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패션의 이아삼 부장 역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남에 따라 내년에는 간절기 출시 물량이 10%에서 30%로 늘어날 것”이라며 “여름과 가을 날씨가 겹치는 시기에 색깔이나 길이 등은 가을용, 소재는 여름용으로 하는 ‘퓨전 제품’이 많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생태계 변화는 이미 시작=가을보리 재배 한계선이 해안선을 따라 수원·충주까지 북상했고, 제주 명물인 한라봉은 전남 고흥과 경남 거제 등지에서 재배되는 등 농식물도 살 곳을 옮겨가고 있다. 농촌진흥청 환경생태과 이정택 과장은 “기후가 온난화하면서 작물의 생육기간이 짧아지고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는 한편, 곤충도 늘어 해충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1~2월께 제주도에서 월동을 해야 할 멸치가 남해안에서 계속 잡히고 있다. 강원도 특산물이던 명태는 많이 사라져 ‘명물’이란 칭호가 무색할 지경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종화 자원연구팀장은 “해양 생물은 변화 감지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바다 온도가 1도 오르는 것은 육지 온도가 10도 상승하는 변화와 맞먹는다”며 “수온이 낮아야 자라는 김이나 미역을 남해안에서 양식하는 게 힘들어지는 등 식탁에 올라가는 어종과 해산물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하어영 이정애 이완 이정훈 기자 haha@hani.co.kr
휴먼경영연구원 김지선 실장은 “올해처럼 예측하기 힘든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여름=휴가철’이라는 개념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여름에 맞춰 일괄적으로 떠나던 휴가에서 개인 및 가족의 취향을 고려한 휴가로 바뀌면서 여가문화의 개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에서도 휴가를 자기 개발과 연관지을 수 있도록 안식년이나 안식월 제도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에 민감한 패션 분야에서는 기후 마케팅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패션업체 한섬의 이승욱 과장은 “장마 아닌 장마 때문에 요새는 여름 상품도, 출고한 가을 상품도 팔리지 않아 판매가 20% 가량 떨어졌다”며 “내년에는 간절기 상품의 출고 시기를 아열대 날씨를 고려해 1~2주 정도 늦추는 방향으로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패션의 이아삼 부장 역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남에 따라 내년에는 간절기 출시 물량이 10%에서 30%로 늘어날 것”이라며 “여름과 가을 날씨가 겹치는 시기에 색깔이나 길이 등은 가을용, 소재는 여름용으로 하는 ‘퓨전 제품’이 많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7~8월 기간별 평균 주요도시 열대야 일수
최저기온 연평균 일수
■ 생태계 변화는 이미 시작=가을보리 재배 한계선이 해안선을 따라 수원·충주까지 북상했고, 제주 명물인 한라봉은 전남 고흥과 경남 거제 등지에서 재배되는 등 농식물도 살 곳을 옮겨가고 있다. 농촌진흥청 환경생태과 이정택 과장은 “기후가 온난화하면서 작물의 생육기간이 짧아지고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는 한편, 곤충도 늘어 해충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1~2월께 제주도에서 월동을 해야 할 멸치가 남해안에서 계속 잡히고 있다. 강원도 특산물이던 명태는 많이 사라져 ‘명물’이란 칭호가 무색할 지경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종화 자원연구팀장은 “해양 생물은 변화 감지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바다 온도가 1도 오르는 것은 육지 온도가 10도 상승하는 변화와 맞먹는다”며 “수온이 낮아야 자라는 김이나 미역을 남해안에서 양식하는 게 힘들어지는 등 식탁에 올라가는 어종과 해산물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하어영 이정애 이완 이정훈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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