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은 ‘지하궁전’
유네스코로부터 지난 6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뒤 처음으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당처물동굴’이 15일 공개됐다. 당처물동굴은 1995년 농경지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곳이다. 그동안 이중으로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을 열고 지하 4m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자 환상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10만~30만년 전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으로 만들어진 이 동굴은 길이 110m, 너비 5~1, 높이 0.5~2.로, 용암이 흐르면서 남긴 흔적이 잘 보존돼 있었다. 천장에는 무수히 많은 종유관들이 마치 거대한 샹들리에처럼 펼쳐졌고, 곳곳에 종유석과 석순들이 제각각 자태를 뽐내는 것도 탄성을 자아냈다.
당처물동굴 인근의 용천동굴도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거대한 지하궁전을 연상케 했다. 동굴 어귀에서 바다 쪽으로 2㎞ 구간을 들어가는 동안 중간 중간에는 3단 용암폭포, 용암선반, 석주, 용암진주 등이 곳곳에 있었다. 또 각종 토기 조각과 동물 뼈, 인위적으로 쌓은 돌탑, 숯, 철기류 등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보였다. 동굴의 끝 부분에 있는 너비 7~1, 길이 200m, 수심 6~1 규모의 ‘천년의 호수’라고 명명된 호수의 에메랄드빛이 신비감을 더해 줬다. 제주도 관계자는 “당처물·용천동굴은 훼손될 우려가 높아 당분간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주/글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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