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 아래쪽에 보이는 둥근 관 형태의 소성로에는 제강·제련 공장에서 나오는 각종 부산물, 폐수처리장의 폐수처리 슬러지, 소각재,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등 중금속이 함유된 다양한 폐기물들이 부원료나 보조연료로 투입된다.
양회협회 “용출량 기준 안넘는 폐기물만 원료로 사용”
시민단체 “유해물질 물에 잘 안녹아…함유량 제한을”
시민단체 “유해물질 물에 잘 안녹아…함유량 제한을”
최근 몇 년 사이 시민환경단체와 언론에서 집중 제기한 중금속 함유 시멘트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며 시멘트 제조업계가 자율규제 기준을 내놨으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내 시멘트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양회공업협회는 최근 이처럼 폐기물을 통해 시멘트에 들어가는 중금속을 줄이기 위해, 부원료나 보조연료로 지정폐기물을 쓰지 않고 총크롬 함량이 1600㎎/㎏을 넘지 않는 폐기물만 사용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한 ‘시멘트 제조시설의 폐기물 사용 자율기준’을 발표했다. 협회는 또 다이옥신 발생의 원인이 되는 보조연료의 염소 농도도 2%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기준은 지난 6월 환경부가 내놓은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개선계획’에 따라 시멘트 제조업계가 환경부와 조율해 만든 것이다.
협회는 “시멘트 공장 주변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지역협의회에서 자율기준의 관리실태를 확인하고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하며, 자율기준 마련이 시멘트의 유해성 논란을 가라앉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오히려 “시멘트 중금속 문제의 개선으로 연결될 수 없는 조처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금속 시멘트 문제를 앞장서 제기해 온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은 이달 중으로 법원에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한편 시멘트 공장 주변의 건강 피해 주민들을 모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협회가 발표한 자율기준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납과 카드뮴, 수은과 같은 유해 중금속이 ‘지정폐기물 용출 기준’을 넘지 않는 폐기물만 부원료나 보조연료로 사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뒤집어 보면 유해 중금속이 함유된 폐기물이라도 폐기물 공정시험법에 따른 용출검사에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녹아 나오지만 않으면 클링커 분쇄·혼합 단계에서까지 제한 없이 투입하겠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중금속 시멘트 추방 캠페인을 이끌어온 최병성 목사는 이에 대해 “자율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시멘트 업체들의 폐기물 투입에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원래 물에 잘 녹지 않는 중금속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멘트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면 용출량이 아니라 함량을 선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로 뒷받침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03년 내놓은 ‘철강산업 슬러지의 복합처리에 의한 실용화 기술 개발’ 연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시멘트의 부원료나 보조연료로 사용되는 폐기물 속의 유해 중금속이 함유량이 수만ppm에 이르더라도 폐기물 공정시험법에 따른 용출검사에서는 극미량만 검출되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금속 논란의 계기가 된 6가크롬 함량을 낮추기 위해 양회공업협회는 부원료 폐기물의 총크롬 성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1600㎎/㎏의 함량 기준을 설정하면서도 보조연료의 총크롬 성분에 대해서는 기준치를 설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기석 협회 기술팀장은 “보조연료에는 일반적으로 총크롬 함유량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국가에서는 보조연료에 대해서도 100~200㎎/㎏의 총크롬 함유량 자율기준치를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시멘트 소성로 관리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회에서 활동해 온 임지애 환경연합 생명안전본부 국장은 “국내 시멘트 업계가 시멘트 제조기술 수준이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폐기물 기준을 선진국보다 느슨하게 하는 것은 자율규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환경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시멘트 소성로 관리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회에서 활동해 온 임지애 환경연합 생명안전본부 국장은 “국내 시멘트 업계가 시멘트 제조기술 수준이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폐기물 기준을 선진국보다 느슨하게 하는 것은 자율규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환경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