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 검출량, 미국 기준치 2.5배까지…정부 환경영향평가 부실 의혹
2008년 조사 국립환경과학원 “미국은 퇴적물 정화목표 아니다”
2008년 조사 국립환경과학원 “미국은 퇴적물 정화목표 아니다”
낙동강에 건설중인 달성보의 퇴적물뿐 아니라 한강, 낙동강, 영산강 전체 구간의 퇴적물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인 비소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 기준보다 높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비소를 비롯한 수은, 6가크롬 등의 오염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았거나 미량 검출됐다고 밝혀 환경영향평가서를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3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립환경과학원의 ‘2008년 하천 호소 퇴적물 모니터링 시범사업 최종보고서’를 보면, 낙동강 전 구간 40곳에서 채취한 강바닥 퇴적물의 비소 농도는 평균 15.23㎎/㎏(ppm)이었다. 이는 미국 해양대기청이 최소한의 생물 악영향을 막기 위해 권고하는 퇴적물 기준인 8.2ppm의 2배 가까운 값이다.
이 조사에서 한강 퇴적물의 평균 비소 오염도는 20.20ppm으로 낙동강보다 더 높았다. 영산강도 18.05ppm으로 미국 기준치를 초과했다. 다만 금강은 평균 5.48ppm으로 기준치에 미치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8년 4~12월 동안 4대강 135곳과 호소 83곳 등 모두 218곳에서 중금속과 미량 독성물질 등을 정밀분석했다.
조사 지점 가운데 현재 달성보와 강정보 건설 예정지와 대략 일치하는 지점의 비소 농도를 살펴보면, 모두 미국 기준을 초과했다. 대구시민들의 상수원인 강정취수장 근처에서는 기준치의 최대 2.4배인 20ppm가량의 비소가 나왔다. 이는 지난 2일 대한하천학회가 달성보에서 채취한 오니토를 분석해 얻은 비소 농도인 8.488ppm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곳에서는 기준치 이하이지만 6가크롬과 수은도 검출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7월 작성한 낙동강 2공구(경남 창녕~경북 안동)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비소 농도가 평균 0.1ppm에 불과한 것으로 돼 있다. 수은이나 6가크롬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또 낙동강 1공구(경남 김해~창녕)에서는 비소와 수은, 6가크롬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모니터링 작업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요즘은 기계가 워낙 좋아 ppm의 1000분의 1까지 검출할 수 있는데 비소는 물론 수은, 6가크롬도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의 해양대기청 기준은 수생태 영향을 평가하는 가이드라인으로 퇴적물의 정화 목표나 준설물질의 처분기준은 아니다”라며 “이 정도 농도로는 생태계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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