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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생활소모품 팔듯…대형마트 ‘동물 잔혹사’

등록 2011-05-17 21:40수정 2011-05-17 22:49

즉흥적인 소비가 이뤄지기 쉬운 대형마트에서의 동물 판매는 생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동물보호단체는 지적한다. 국내 한 대형마트의 동물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동물을 고르고 있다.
즉흥적인 소비가 이뤄지기 쉬운 대형마트에서의 동물 판매는 생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동물보호단체는 지적한다. 국내 한 대형마트의 동물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동물을 고르고 있다.
햄스터 3천원·토끼 1만5천원…‘1+1 행사’ 어린이 유혹
전국 291개 매장서 판매…보호단체 “생명경시” 우려
좁은 철창 동물들 스트레스성 이상행동 등 학대 논란도
지난 1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왁스로 번쩍이는 바닥에 토끼 두 마리가 풀려났다. 토끼는 걸어본 적이 없는지 자꾸만 미끄러졌다. 동물판매 매장을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판매 우리를 청소하는 사이, 운동하라고 토끼를 잠깐 풀어준 것이다. “걱정 마세요. 멀리 못 가니까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내 대형마트에선 동물 판매가 이뤄진다. 동물이 전시된 우리(철제 케이지나 투명 플라스틱)에는 가격표가 달려 있고, 돈만 주면 바로 살 수 있다. 동물은 가끔 경품 증정행사의 주인공으로도 나온다.

17일 대형마트 3사 자료를 보면, 전국 291개 매장에서 동물을 판다. 개나 고양이 등 전통적인 반려동물이 아닌,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소형 동물들이다. 이마트는 전국 135개 매장 중 110곳, 홈플러스는 123개 매장 중 95곳, 롯데마트는 92개 매장 중 86곳에 이런 소형 동물 매장이 있다.

대형마트에서 동물 판매점은 어린이가 보면 달려가곤 하는 장난감 코너나 문구 코너 옆에 자리잡는다. 어린이들은 부모에게 동물을 사달라고 조른다. 박연주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홈플러스는 주로 어린이 완구용품 코너 옆에, 이마트는 인테리어 코너 옆에 나란히 두는 공간배치 전략을 편다”고 말했다.

소형 동물은 경품과 이벤트의 단골 선물이다. 지난 5일 어린이날에도 경품으로 쓰였다. 수도권의 한 홈플러스 매장은 햄스터 한 마리를 사면 한 마리를 덤으로 주는 ‘햄스터 1+1 행사’를 진행했고, 롯데마트의 한 매장에서는 선착순 100명에게 관상어인 ‘제브라’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동물보호단체는 대형마트의 동물 판매가 생명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소비지향적인 공간이다. 고객들은 값싼 물건으로 가득 찬 매장에서 동물을 옷이나 화장품, 식료품 등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날 찾은 대형마트 두 곳에서도 햄스터 3000원, 토끼 1만5000원 등 동물들은 싼값에 팔리고 있었다. 어떤 동물은 어린이 용돈으로도 살 수 있는 값이다. 박연주 팀장이 말했다.

“초기엔 매출보다는 마케팅 차원에서 동물 매장을 입주시켰죠. 아이들을 끄는 볼거리이니까요. 하지만 가격이 싼지라 책임감 없이 동물을 구매하게 됩니다.”

프레리도그가 매장의 우리 안에서 철창을 물어뜯으며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는 모습.
프레리도그가 매장의 우리 안에서 철창을 물어뜯으며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는 모습.
이날 방문한 또다른 마트에서는 15㎝밖에 되지 않는 갓 태어난 새끼 이구아나가 2만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구아나는 1년 만에 1.5m까지 자라 가정에서 키우기 쉽지 않다. 도중에 사육을 포기할 경우 생태교란종으로 둔갑할 수 있다.

동물학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 회원들의 제보를 토대로 수도권 대형마트 17곳을 조사한 결과, 좁은 사육공간으로 인해 일부 동물은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매장의 판매 우리 한 칸의 면적은 가로세로 각각 40㎝를 넘지 않았다. 좁은 우리에 햄스터는 많게는 15마리 이상이 전시됐고, 토끼도 2~3마리가 함께 생활해 활동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햄스터는 여러 마리를 함께 둘 경우 공격성이 강화돼 가장 약한 개체를 물어뜯기도 한다. 우리 바닥이 철창으로 돼 있어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눈도 뜨지 않은 갓 태어난 새끼가 전시·판매되는 경우도 발견됐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의 한 롯데마트 매장에서는 프레리도그 한 마리가 흥분한 상태로 철창을 물어뜯고 있는 장면이 관찰됐다. 스트레스로 인한 전형적인 이상행동이다.

소형동물은 일생 대부분을 작은 철창 안에서 산다. 대형마트가 이들을 팔면서 소형동물 생산량은 급격하게 늘었다. 동물들이 충동구매 상품에 가까워질수록 동물들은 대량 번식돼 대량 판매된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의 박창길 대표(성공회대 교수)는 “소형 동물을 키우려는 사람도 동물의 생존 기간 동안 돌볼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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