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시연꽃을 보면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오히려 강한 전사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온몸을 갑옷과 투구로 감싸고, 근접하기 두려운 가시까지 두르고 있으니까. 가시연꽃은 제 살을 뚫고 피어난다. 한여름 붉은 뙤약볕이 삼킬 듯 덤비는, 가장 더운 8월에 태어난다. 땅도 뜨겁고, 하늘도 뜨겁고, 사람도 뜨거운 계절에 가시연꽃은 처연한 붉은 생애를 세상에 드러내는 셈이다.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눈물마저 난다. 전쟁 같은 세상살이에 찢긴 내 가슴도 붉게 물든다. 가시연꽃을 아름답다 하지 말라. 사연 많은 사랑이라고도 하지 말라. 그녀는 시련의 사선을 뚫고 나온 전사다. 세 치 혀를 부끄럽게 하는, 자연의 철학이다.
경남 창녕 우포늪 2012년 8월. 정봉채 사진가
<[토요판] 리뷰&프리뷰 한 장의 다큐
나는 가시연꽃을 보면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오히려 강한 전사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온몸을 갑옷과 투구로 감싸고, 근접하기 두려운 가시까지 두르고 있으니까. 가시연꽃은 제 살을 뚫고 피어난다. 한여름 붉은 뙤약볕이 삼킬 듯 덤비는, 가장 더운 8월에 태어난다. 땅도 뜨겁고, 하늘도 뜨겁고, 사람도 뜨거운 계절에 가시연꽃은 처연한 붉은 생애를 세상에 드러내는 셈이다.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눈물마저 난다. 전쟁 같은 세상살이에 찢긴 내 가슴도 붉게 물든다. 가시연꽃을 아름답다 하지 말라. 사연 많은 사랑이라고도 하지 말라. 그녀는 시련의 사선을 뚫고 나온 전사다. 세 치 혀를 부끄럽게 하는, 자연의 철학이다.
경남 창녕 우포늪 2012년 8월. 정봉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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