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강원도 원주 치악산국립공원 구렁이 복원·증식장에 있는 구렁이 한 마리가 나무를 타고 있다. 구렁이는 배 비늘의 힘으로 움직인다. 설치류를 주로 먹고 조류의 알이나 유조도 먹는다. 평균 몸길이 1m가 조금 더 넘고 몸통 지름은 3~4㎝로 생각보다 가늘다. 원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생명] 동물 위치 추적 연구
▶ 지피에스(GPS)를 이용한 위치 추적 연구는 가장 진화된 형태의 공간 분석 방법입니다. 동물의 이동 행태를 보고 서식 환경과 생태를 확인하는 이 방법은 최근 동물 연구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무분별한 위치 추적 연구가 동물 복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연구자들은 동물이 일반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도록 기기를 장착한다고 설명합니다. 동물이 불편해한다면 애초에 제대로 된 연구 결과를 기대할 수 없겠죠.
“지직-. 지직-.”
수신기의 주파수를 151.710메가헤르츠(㎒)로 맞추자 우거진 수풀 사이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치악산국립공원 동식물보호단 직원 김종원(24)씨가 손에 들고 있던 큰 안테나를 땅에 가까이 대자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은 쥐가 파놓은 굴 속이었을까, 바위틈이었을까. 2초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주파수를 151.960메가헤르츠로 바꿨다.
“틱-. 틱-.”
또다른 기계음이 들렸다. 이전에 들은 기계음이 난 장소 바로 아래 배나무 근처다. 나뭇가지 위부터 아래로 훑자 마찬가지로 땅 쪽에서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나무에서 멀어지자 소리가 나지 않았다.
12일 이른 아침 강원도 원주 치악산국립공원을 찾았다. 구렁이 복원·증식 사업을 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6월26일 치악산에서 포획한 구렁이 성체 2마리에 위치 추적이 가능한 무선 발신기를 장착해 치악산국립공원에 방사한 뒤 매일 좌표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최초 구렁이 위치 추적 연구로 2011년 박사학위를 받은 국립환경과학원 이정현 박사가 함께 산을 오르며 말했다.
“포유류나 조류 같은 큰 동물은 발신기에 지피에스(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칩이 내장돼 있지만 구렁이 등 양서·파충류나 어류는 몸이 작아서 칩을 함께 넣을 수가 없어요. 따로 안테나를 들고 찾아다니다가 수신음이 나는 위치를 휴대용 지피에스로 확인하는 거죠. 파충류의 경우 몸무게의 3~5% 무게의 발신기를 권장해요.”
무선 추적 장치는 구렁이의 배 안에 삽입한다. 포유류나 조류, 양서·파충류에게는 목이나 다리, 허리 등에 발신기를 매달 수 있으나 구렁이에게 이 방법을 쓰기는 어렵다. 허물을 벗어서다. 장이 있는 몸 절반 아래쪽 피부와 근육을 1㎝가량 절개한 뒤 소형 건전지 크기의 발신기를 넣고 다시 꿰맨다. 발신기에 길게 달린 안테나는 늑골에 고정해 배 안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외부감염 위험이 있고 이물감이 있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세계적으로 복강 내 발신기를 삽입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다만 연구에 기한이 있다. 구렁이가 사람처럼 위치 추적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셈인데 구렁이가 직접 발신기의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몸에 삽입할 수 있는 발신기 크기가 작은 유체는 6개월, 성체는 2년 정도 추적이 가능하다.
소형 무선 추적기 주파수는 보통 151메가헤르츠대를 이용한다. 치악산에서는 151.710메가헤르츠가 11번, 151.960메가헤르츠가 12번 개체 전용 주파수다. 수신감도는 날이 흐리거나 산이나 나무가 막고 있는 경우 거리가 줄어든다. 보통 50~100m 안에서 수신이 가능하며 발신기와 거리가 가깝고 방향이 맞을수록 수신음이 크게 난다.
구렁이 배 속 위치추적 가능한
무선추적장치 삽입한 뒤
안테나 들고 찾아다니다가
수신음이 나는 위치를
휴대용 지피에스로 확인한다 치악산 구렁이의 활동범위는
11번 30만㎡·12번 20만㎡
기온 내려가면 겨울잠 준비하고
따뜻해지면 일광욕하러 나온다 지피에스를 활용한 위치 추적은 최근 떠오르는 연구 방법이다. 동물의 위치 추적은 1960년 미국에서 버펄로 사냥을 목적으로 실시한 게 처음이었다. 현재는 동물이 이동하는 궤적을 보고 동물이 먹고 자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도 위에서 확인한다. 국내에서는 담비, 고라니, 너구리, 곰 등 포유류와 박쥐, 독수리, 수리부엉이 등 조류, 구렁이와 금개구리 등 양서·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 연구 방법에 활용되고 있다. 지금 제주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제돌이와 친구들도 인공위성을 통해 좌표를 받는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정확한 위치 정보를 받으려면 돌고래가 수면 위에 노출돼 있는 시간이 45초 이상 필요하다는 점이 연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은 두가지다. 영화에서 보듯 안테나를 들고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동물을 찾아다니는 방식과 인공위성을 통해 지피에스 좌표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단점은,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연구는 사람이 직접 가까이 접근해야 하고 인공위성을 통한 연구는 1000만원 이상의 돈이 든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에서 받는 좌표를 이동통신망(CDMA)을 이용해 전달하는 방식이 개발됐다. 이 방식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한국환경생태연구소에서 일하는 강태한 박사가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하는 추적기가 상용화돼 연구자들이 좀더 경제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어요. 포유류나 조류 연구 목적으로 주로 쓰이죠.”
지피에스를 통한 위치추적 연구가 각광받을수록 동물 복지와 관련한 연구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보통 포유류는 연구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장치가 몸에서 탈락할 수 있도록 삭아 없어질 수 있는 재질의 끈을 활용한다. 그러나 끊어지지 않을 경우 평생 작동하지 않는 장치를 몸에 이고 살아야 한다. 다리에 가락지를 평생 달고 있는 새도 많다.
연구자들도 위치추적 연구의 기본은 장치가 개체의 활동성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라니 위치추적 연구를 해온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가 말했다. “당연히 고민합니다. 우리가 손목에 시계를 차고 다니는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불편하긴 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는 않아야 하죠. 발신기 장치를 장착하는 것도 비슷해요. 동물에게 위협이 되면 연구 자체가 불가능해요.”
치악산 구렁이의 최근 1주일간의 활동 범위는 11번 구렁이(수컷) 30만㎡, 12번 구렁이(암컷)가 20만㎡였다. 김종원씨가 3개월간 추적한 구렁이의 행동을 설명했다. “변온동물이라 체온을 관리하기 위해 일광욕하러 종종 나와요. 돌 아래 틈이나 쥐가 파놓은 굴에 은신해 있다가 햇볕이 들면 돌 위로 올라오곤 하고요. 밭에 나타나는 쥐를 먹으러 나오기도 해요.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구렁이는 독이 없는 순한 뱀이에요.”
구렁이의 이동반경은 그리 넓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보면 암컷의 경우 7~8월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알을 낳은 뒤 한동안 자리에 머무르는 특징을 보인다. 9월 이후 기온이 내려가면 활동성이 떨어지고 점차 겨울잠을 준비한다. 동면을 마친 봄에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월별 평균기온이 올라갈수록 이동거리가 길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동은 성별과 임신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구렁이 위치추적 조사에 어려움은 없을까. 2007년부터 2년간 충북 제천 월악산국립공원에서 구렁이 위치추적을 연구한 이 박사는 13마리 중 7마리만 1년 이상 추적하는 데에 성공했다. 오소리나 너구리에게 잡아먹히거나 기기 작동 이상, 혹은 질병으로 폐사한 구렁이도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지역 주민의 불법 포획을 막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사라진 연구용 구렁이를 찾은 곳은 동네 땅꾼의 창고였다.
“창고 근처에서 수신음이 잡히는 거예요. 경찰을 불러서 적발했죠. 구렁이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이에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큰 구렁이가 요즘은 잘 안 보이죠? 서식지가 파괴됐다기보다 사람에 의한 교란이 원인이에요. 크고 겁이 없고 온순한 개체를 먼저 잡아가다 보니 지금은 크기가 작고 빠른 개체만 남았어요. 인간에 의한 ‘선택적 진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요?”
원주/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무선추적장치 삽입한 뒤
안테나 들고 찾아다니다가
수신음이 나는 위치를
휴대용 지피에스로 확인한다 치악산 구렁이의 활동범위는
11번 30만㎡·12번 20만㎡
기온 내려가면 겨울잠 준비하고
따뜻해지면 일광욕하러 나온다 지피에스를 활용한 위치 추적은 최근 떠오르는 연구 방법이다. 동물의 위치 추적은 1960년 미국에서 버펄로 사냥을 목적으로 실시한 게 처음이었다. 현재는 동물이 이동하는 궤적을 보고 동물이 먹고 자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도 위에서 확인한다. 국내에서는 담비, 고라니, 너구리, 곰 등 포유류와 박쥐, 독수리, 수리부엉이 등 조류, 구렁이와 금개구리 등 양서·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 연구 방법에 활용되고 있다. 지금 제주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제돌이와 친구들도 인공위성을 통해 좌표를 받는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정확한 위치 정보를 받으려면 돌고래가 수면 위에 노출돼 있는 시간이 45초 이상 필요하다는 점이 연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은 두가지다. 영화에서 보듯 안테나를 들고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동물을 찾아다니는 방식과 인공위성을 통해 지피에스 좌표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단점은,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연구는 사람이 직접 가까이 접근해야 하고 인공위성을 통한 연구는 1000만원 이상의 돈이 든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에서 받는 좌표를 이동통신망(CDMA)을 이용해 전달하는 방식이 개발됐다. 이 방식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한국환경생태연구소에서 일하는 강태한 박사가 설명했다.
12일 국립환경과학원 이정현 박사(왼쪽)와 국립공원관리공단 김종원씨가 안테나와 수신기, 휴대용 지피에스 기계를 들고 구렁이를 찾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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