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선임기자
현장에서
환경부가 3일 규제 감축 목표를 담은 ‘환경 규제 개혁 추진 방안’을 내놨다.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개혁 방안의 후속 조처다. 정부 부처로서 국무조정실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도 환경부의 이날 발표는 너무 나갔다.
국무조정실의 계획은 경제 규제의 10%를 올해 감축하고, 등록된 전체 규제의 50%에 대통령 임기 중 일정 시한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는 일몰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 규제 감축 목표를 그대로 받은 데서 한발 더 나아가 ‘50% 일몰제 적용’을 계획보다 3년 이른 올해 말까지 달성하고 2016년까지 75%로 확대하겠다는 ‘통큰 베팅’을 했다.
산업 진흥 관련 규제와 달리 환경 규제 해제의 부작용은 치유하기 쉽지 않다. 일단 훼손된 환경은 복원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후손한테 짐을 떠넘기게 된다. 환경부의 속도전식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서 옥석이 가려질 수 있을까?
다행히 박 대통령은 이 점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이른바 ‘끝장토론’ 머리발언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우리 경제의 암 덩어리지만, 공정거래와 사회적 약자 보호, 환경보호 등을 위한 규제는 강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환경부 같은 부처가 오해할까 걱정됐는지 “단순히 모든 부처에서 일괄적으로 규제의 수를 줄인다는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규제 합리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춰 보면 환경부의 이날 발표에 가장 화를 낼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규제 완화의 광풍에 꼭 필요한 환경 규제까지 휩쓸릴까봐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의 성급한 행보는 규제 완화의 정당성 논란을 증폭시켜 박 대통령이 진짜 목표로 하는 규제 감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에 기대 10% 총량 감축에서 예외로 인정받으려고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환경부를 기대한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을까? 정권은 짧고 환경은 길다. 환경부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허물고 젊은 환경 공무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이런 행보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연재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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