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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덥다고 에어컨에만 매달릴 것인가

등록 2014-08-15 19:55수정 2014-08-15 21:33

오스트레일리아의 코알라는 늘 나무를 껴안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몸을 식히기 위해서란 사실이 드러났다. 적외선 촬영 사진으로 밝은색으로 나타난 곳일수록 온도가 높다. 사진 스티브 그리피스 제공
오스트레일리아의 코알라는 늘 나무를 껴안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몸을 식히기 위해서란 사실이 드러났다. 적외선 촬영 사진으로 밝은색으로 나타난 곳일수록 온도가 높다. 사진 스티브 그리피스 제공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큰 더위 없이 올여름을 나게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한낮은 여전히 덥고 사무실 냉방기는 쉴새없이 돌아간다. 여름철 피크전력의 21%는 바로 냉방기가 차지한다.

오는 22일은 열한번째 에너지의 날이다. 전력소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날을 기억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시민 주도 기념일이다. “불을 끄고 별을 켠” 뒤 생물이 더위를 이기는 진화의 비밀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동물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정교하고 교묘한 온도 조절 기법을 체득하고 있다. 꿀벌 성체는 50도까지 버티지만 벌통 속 애벌레는 온도에 매우 예민해 32~35도 사이를 유지하지 않으면 기형이 발생한다. 애벌레를 시원한 안쪽으로 옮길 개미와 같은 턱이 없는 꿀벌은 다른 수단을 강구했다.

날이 더우면 일벌들이 벌통 안에 물을 뿌리고 일제히 날갯짓을 해 증발열로 내부를 식힌다. 우리가 잘 아는 내용이다. 그러나 더 시급하게 열을 식힐 필요가 있을 때는 ‘열 차폐’라는 수단을 동원한다. 일벌이 애벌레를 등지고 뜨거운 벌통 표면에 배를 밀착시켜 열을 차단하는 것이다. 필립 스타크스 미국 터프츠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나투어비센샤프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꿀벌이 몸으로 열을 막는 행동을 실험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일벌은 벌통의 뜨거운 부위에 배를 대 마치 스펀지로 물을 빨아들이듯이 열을 흡수한 뒤 주변의 상대적으로 선선한 곳에 그 열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뜨거운 열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크스는 “열을 뜨거운 곳에서 선선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포유동물이 심장과 혈관을 이용해 열을 전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벌통의 수많은 꿀벌은 하나의 초유기체를 형성해 포유류의 심혈관계처럼 작동해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를 상징하는 동물인 코알라는 늘 나무를 끌어안고 있다. 이 동물은 유칼립투스 나무의 몇몇 종만을 먹는다. 그런데 종종 먹지도 않는 나무를 끌어안는 모습이 관찰된다. 마이클 커니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 동물학자 등은 최근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린 논문에서 이들 나무가 코알라에게 냉장고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알라가 유칼립투스 3종과 오스트레일리아아카시아 1종을 주로 끌어안는데, 35도가 넘는 폭염일 때는 아카시아를 주로 찾는 것을 알았다. 조사했더니 유칼립투스는 주변보다 2도, 아카시아는 7도나 낮았다. 코알라는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더 시원한 나무를 찾아 몸을 식히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코알라의 보전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오스트레일리아에 50도까지 치솟는 폭염이 종종 닥치는데, 코알라의 서식지를 보전하려면 냉장고 구실을 하는 나무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사람도 더위에 견디는 여러 장치를 고안했다. 그 가운데 말을 뺀 다른 동물에선 보기 힘들고 성능도 뛰어난 것이 땀 흘리기이다. 우리 피부에는 200만~400만개나 되는 땀샘이 있다. 땀의 주성분인 수분이 증발하면서 증발열을 빼앗아 몸을 식혀준다. 보통 정도의 운동을 하면 시간당 2ℓ의 수분이 증발한다.

우리 몸은 빌딩 옥상에 있는 냉각탑과 같은 원리의 소규모 냉각장치를 수백만대나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 진화의 발명품은 점점 사장되고 있는 것 같다. 땀을 흘리고 부채질이나 산들바람에 몸을 식혀본 이는 그 성능을 안다. 하지만 에어컨의 설정온도는 ‘땀샘 냉각기’가 작동하기엔 너무 낮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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