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모기 없는 세상’이 온다면 좋을까

등록 2016-02-12 19:18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아프리카 원산이지만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이주해 뎅기열, 황열병 등도 일으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아프리카 원산이지만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이주해 뎅기열, 황열병 등도 일으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인간에 끼치는 피해만 놓고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모기다. 해마다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등에 걸려 죽는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다. 이제 모기가 옮기는 주요 질병 목록에 지카 바이러스가 추가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올해 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고 최근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공포를 부를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임신부가 감염되면 뇌가 정상보다 작은 아이를 낳고, 희귀 신경 마비증인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증상이 가벼워 누가 감염자인지 알기 어렵고 수혈과 성접촉으로도 전파된다. 끔찍하고 불확실한 위험은 실제보다 크게 느끼기 마련이다.

물론,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들어 보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메르스에 데어서인지 당국이 위험을 대하는 태도나 소통 자세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감염병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 발병의 중심지이다. 입국한 감염자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자생 모기인 흰줄숲모기가 흡혈해 이리저리 전파하는, 드물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와 함께 이집트숲모기가 한반도에 상륙하지 말란 법도 없다. 현재는 주로 제주도에 분포하고 수도 많지 않은 흰줄숲모기가 크게 번창할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세계를 힘들게 하는 모기라면 아예 없애 버리면 어떨까. 세계에는 모기가 3500종 있지만 그 가운데 사람의 피를 빠는 종은 100~200종에 불과하다. 이들을 없앤다고 큰일이 일어날까.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모기 전문가와 생태학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더니 뜻밖에 “당장은 별일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먹이든 꽃가루받이든 생태계에서 모기가 하던 기능은 다른 생물이 신속하게 대신할 것이다. 대신 모기가 사라지면 인구가 증가하고 풍토병 때문에 사람이 살지 못하던 곳도 개발될 것이다. 2010년 <네이처> 기사의 결론은 “모기 없는 세상이 오지 못하는 것은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이 그것이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고안됐는데, 요즘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쓰일 태세다. 유전공학회사 옥시텍은 이집트숲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죽도록 만들었다. 이 모기 수컷을 대량으로 풀어놓으면 이들과 짝짓기한 암모기가 결국은 번식하지 못하고 죽을 2세대를 낳게 된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뎅기열을 막기 위해 이 유전자 변형 모기를 풀어놓을 예정으로 연방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논란이 뜨겁다. 회사 쪽은 유전자가 조작된 모기가 결국 모두 죽어 ‘유전자 오염’ 가능성이 없고, 다른 생물까지 무차별로 죽이는 살충제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반대쪽은 유전자 조작된 수컷에 섞여 일부 암컷도 자연에 방출될 가능성을 걱정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과학계는 대체로 회사 쪽을 지지하지만 불확실성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새끼를 죽이는 유전자가 자연계로 퍼져나간다면, 또는 비슷한 시도가 다른 생물을 목표로 쓰인다면 어떤 위험이 생길까. 사람을 무는 모기에 우리가 몰랐던 중요한 생태적 기능이 있다면…. 지카 바이러스가 세계적 유행병이 되면 모를까, 아직은 검증된 방역 기법이라도 제대로 쓰는 게 옳아 보인다. 2000년 이후 세계의 말라리아 사망자를 60% 줄인 핵심 기술은 모기약에 적신 방충망을 보급하는 것이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