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내성천을 사라지게 한 영주 다목적댐의 물에 녹조가 끼어 있다. 사진 오른쪽의 댐 시험담수로 가운데 작은 섬처럼 남아있는 부분이 금강마을 터이다. 과거 내성천은 사진 왼쪽의 산과 산 사이 계곡을 흘러나와 크게 마을을 감싼 뒤 오른쪽 댐이 있는 계곡을 빠져나갔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내성천을 찾았다. 4대강 사업의 연계 사업인 영주 다목적댐이 지난 7월8일부터 시험 담수를 시작한 이후 댐 안쪽의 호수를 진한 녹색으로 물들인 녹조는 한풀 꺾인 듯 보인다. 다가가 편광필터를 대자 가까운 쪽 수면의 하늘빛이 사라지고 녹조 알갱이들이 만든 녹색이 모습을 드러낸다. 옥수 같은 강물이 흐르고 비단 같은 여울이 있던 자리, 멀리 흰빛을 반사하는 댐 하나가 그 아름답던 풍경을 물속에 밀어 넣어 장사지낸다. 4대강 사업의 끝을 요란하게 그리고 기약 없이 장식하는 녹조의 기운이 이곳에서도 물귀신처럼 올라온다.
댐 막으니 피어오른 녹조
내성천은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와 예천 등을 흘러 낙동강과 만난다. 소백산 등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물길은 남쪽(영남)으로는 모두 내성천으로 모이는데 이 물길들은 영주 분지를 통과하며 화강암 풍화층의 모래를 실어 날라 강바닥에 쌓아 놓고, 강은 이 두꺼운 모래층에 강물을 꾹꾹 재어놓으면서 흐른다.
영주댐은 ‘다목적댐’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그 목적이 하천유지용수 또는 환경개선용수라는 이름으로 낙동강에 물을 흘려보낸다. 하지만 이 강이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게다가 강물과 함께 흐르는 풍부한 모래는 강을 맑게 한다. 댐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강에 유지용수 운운하며 댐을 세우는 것은 잘 뛰는 심장을 떼어내고 인공심장을 다는 것 같다고 하면 너무 험한 비유일까? 그런데 늘 맑은 물이 흘러온 이 강에 1조2천억원을 투입하여 댐을 짓고 시험 담수를 시작하자 강은 녹조로 화답했다.
사람이 사는 곳은 많건 적건 강으로 오염된 물이 들어와 ‘녹조의 씨’를 품고 흐른다. 대구환경청의 ‘2015 내성천 중권역 물환경계획’을 보면, 봉화군에 150여만마리의 가금류가 있는데, 이 권역의 강물이 모두 영주댐 상류로 들어온다. 영주댐이 강의 흐름을 막자마자 녹조가 올라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대로 내년에 본 담수가 시작되면 영주댐은 녹조를 생산하여 낙동강에 공급하는 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댐 바로 앞에서는 20~30대의 기포발생기 또는 녹조제거기가 쉴 새 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과연 이 왜소한 장치는 1억8천만㎥의 고인 물이 만들어낼 녹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녹조’에 깊은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남조류 종이 치명적인 간 독성 물질로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낙동강이든 한강이든 국민의 식수원이니 이에 대한 관심은 아무리 깊어도 절대로 지나치지 않다. 나아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또는 고통받는 종들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는 것 역시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책 <나는 반대한다>에서 “지구상의 고유한 유전자를 없애버리는 4대강 토건공사는 명백히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지적한다.
‘명품 댐’을 조망한다면서 설치한 다리 아래 부근(위 사진 왼쪽)의 계곡 초입에서 2011년 강 사진을 촬영한 것이다. 겨울마다 이 강을 찾는 먹황새가 머물렀던 계곡이지만 산의 나무를 베어내면서 먹황새는 사람을 피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금강마을 앞을 흐르는 이 비단여울은 영주댐 시험담수로 사라졌다. 2011년 7월.
몸 곳곳에 고운 금빛이 도는 이 물고기는 입과 턱 아래에 4쌍의 하얀 수염이 있는 ‘마자’라 하여 ‘흰수마자’라는 이름을 얻었다. 귀한 멸종위기종인 이 물고기는 내성천이 영주댐사업으로 모래입도가 굵어지면서 서식처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2014년 10월.
내성천에서 처음 발견된 흰수마자는 모래가 고운 강에서만 사는 한국 고유 어류로 4대강 사업을 통해 절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종으로 꼽혀왔다. 수자원공사는 2014년부터 인공증식한 치어를 반복적으로 내성천에 방류했지만 지난해 사후조사에서 방류된 5000마리 중 최종 한 개체만 발견됐고 자연산 치어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댐 하류의 모래 입도가 거칠어지면서 서식 조건이 까다로운 흰수마자 치어가 살기에는 부적합한 강으로 변했다는 신호다.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흰수마자의 여러 서식지가 지속적으로 수몰예정지에서 확인되었음에도, 영주시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준설 수준의 골재 채취를 하였고, 2014년 흰수마자는 이 지역에서 한 개체도 확인되지 않았다. 흰목물떼새는 모래밭에 알을 낳는 멸종위기종이다. 지난봄 환경단체 ‘생태지평연구소’의 내성천 둥지 조사에서 상당한 규모로 발견됐고, 특히 수몰예정지의 둥지 밀도가 높게 나타났다. 댐 상류는 당장 내년 봄이 큰 문제이고, 댐 하류에서 모래톱이 사라지면 서식처가 위협받는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는 이 같은 중요한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는 주요 내용에서 부실과 부정직을 드러냈다. 매해 75만㎥의 골재를 채취해도 회룡포 모래사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댐으로 인한 하류 모래 공급 감소와 관련한 일체의 생태적 영향분석을 하지 않았는데, 지난 1월 대구환경청이 마련한 설명회 자리에서는 이를 뒤집는 이야기가 나왔다. 수공은 1985년과 2010년 측량자료를 제시하며 댐 하류 약 30㎞ 구간에 대해서 하상이 전반적으로 세굴되었음을 보여주었고, 같이 참석했던 수공 출신의 한 교수도 “하상이 지속적으로 저하된 것은 건기연(한국건설기술연구원)뿐만 아니고 이미 다 아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6년 전 환경영향평가의 핵심 내용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당시 내성천 하상이 지속해서 낮아진 사실이 제대로 분석됐다면, 영주댐 사업은 처음부터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몰예정지의 골재 채취 뒤 거칠어진 모래톱 한 자리에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가 둥지를 틀었다. 내년 봄에는 둥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생존경쟁이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2016년 5월.
영주댐에 설치된 기포발생기. 이것으로 녹조를 막을 수 있을까. 2016년 9월
모래강의 미래
국가명승 선몽대 일원(경북 예천)은 댐 가동 뒤 내성천의 미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넓은 강을 따라 밝게 빛나던 모래톱에는 풀과 나무가 크게 들어섰고, 강바닥에는 여기저기 거친 돌들이 솟아 있다. 이와는 다른 변화도 나타났다. 2014년 10월 하순 영주 지역에 하루 100㎜의 비가 내리며 댐 직하류 미림교 등 중류 일대에 모래가 일부 유입된 것이 관찰됐다. 이는 수몰예정지의 강 하상이 다시 모래를 공급받아 일정 부분 회복되었음을 의미한다. 댐 시험 담수 직전인 지난 7월초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일주일간 유역에 내린 큰비로 댐 상류로 들어온 강물과 모래가 댐을 통과하여 내성천 곳곳에 사구를 형성했고, 이 에너지는 회룡포 하류의 회룡교에도 전달됐다. 이번 홍수로 강이 곳에 따라 일정 부분 예전의 모습을 회복했는데 역설적으로 댐 상류의 본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반면 댐이 가동된다면? 이런 홍수는 물을 가두는 댐의 기능상 통제의 대상이다. 이번 홍수 뒤의 변화는 내성천이 준 마지막 선물로 보인다. 흰수마자 등 이 강의 생명과 소중한 지구적 자산인 내성천이 어떤 운명에 처할지는 전적으로 한국 사회에 달려 있다.
글·사진 박용훈(사진가)
*박용훈은 2009년 여름부터 내성천을 기록하고 있다. 1973년 중학교 때 갔던 남한강의 아름다운 기억이 내성천의 풍경과 겹쳐, 4대강 사업과 영주댐 건설로 변화를 겪는 모래강의 생태를 관찰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