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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울산 큰돌고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등록 2017-02-17 21:16수정 2017-02-17 22:00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남종영 미래팀장 fandg@hani.co.kr

안녕하세요? 미래팀에서 일하는 남종영입니다.

<한겨레> 토요판은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낸 데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2012년 3월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들의 야생방사를 처음으로 제기했는데, 열흘 뒤 서울시에서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던 제돌이 방사를 전격적으로 결정했죠. 그 뒤 다섯 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야생 바다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공든 탑이 무너지려고 해요. 울산 남구가 운영하는 고래생태체험관이 일본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를 수입했다가, 지난 13일 한 마리가 죽어버린 것이죠. ‘돌고래 선진국’의 명예에 먹칠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고래연구센터가 2010~15년 멸종위기종 국제거래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일본은 고래류 367마리를 수출한 ‘최대 수출국’입니다. 2위 솔로몬제도(75마리·2012년부터 수출금지), 3위 쿠바(73마리)와 비교가 안 되죠. 일본의 고래류 수출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다큐멘터리 <더 코브>에서 빨간 피로 물든 ‘돌고래 학살지’로 조명된 다이지에서 한해 수백마리의 큰돌고래를 잡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큰돌고래도 모두 여기서 오고요.

세계적으로 돌고래쇼는 사라지는 추세예요. 야생포획 방식의 잔인함과 하루 수십㎞를 헤엄치는 행동 특성상 돌고래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주기 때문이죠. 스위스, 칠레, 인도 등은 돌고래 사육을 아예 법으로 금지했고, 영국은 시설 기준을 강화해 1990년대 돌고래 수족관을 퇴출했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 2000년대 들어 ‘나쁜 관광’으로 인식돼 사양산업이 되어가는 추세예요. 스페인 정도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다른 곳에선 신규 도입이 뜸해지고 기존 개체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1월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어부들이 큰돌고래를 잡고 있다. 주로 3~5살 새끼가 포획되며, 어미와 떨어진 새끼는 한국 등 전세계 수족관으로 이송돼 돌고래쇼를 한다. 돌핀프로젝트 제공
지난 1월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어부들이 큰돌고래를 잡고 있다. 주로 3~5살 새끼가 포획되며, 어미와 떨어진 새끼는 한국 등 전세계 수족관으로 이송돼 돌고래쇼를 한다. 돌핀프로젝트 제공

사실 이번 사건은 울산 남구가 지난해 초 싸늘한 여론 때문에 취소한 걸 다시 수입했다가 발생한 거예요. 이번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현행 법률 체계에서 돌고래 수입 허가를 신청하면 정부로서 딱히 막을 방법은 없어요.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지정된 국제멸종위기종은 국제거래 때 정부에 신고해야 하지만, “그 종의 생존에 위협을 주지 않으면”(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반적으로 거래가 보장되기 때문이죠. 큰돌고래도 마찬가지예요. 전세계 개체수 60만마리의 ‘최소관심종’(LC)으로 분류되어, 멸종 위기가 긴박하지는 않은 편이거든요. 오히려 ‘종 다양성 보호’보다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각국이 돌고래쇼를 폐지해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영국은 그런 점에서 선진국이었어요. 이미 1980~90년대 ‘시민의 힘’으로 돌고래쇼를 폐지했거든요. 사실 영국은 70년대만 해도 돌고래 수족관이 25곳이나 되는 ‘돌고래쇼 천국’이었어요. 첫 불길은 잉글랜드 북부의 휴양도시 모어컴(Morecambe)에서 타올랐어요. 지역단체가 ‘입장권을 사지 말자’는 피켓을 들고 수족관 앞에서 불매운동을 벌였어요. 첫 캠페인 때 80~90%가 발길을 돌렸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 영국 정부도 전국 수족관을 전수 조사했고, 수조의 넓이, 깊이 등 강화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1993년 잉글랜드 중부 스카버러의 플라밍고랜드를 끝으로 돌고래 수족관은 사라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수입 자제를 권고하겠다”던 환경부는 이번에는 비밀리에 허가했습니다. 남방큰돌고래 야생방사에 큰 역할을 한 해양수산부도 수입 허가 의견을 냈고요. 아마도 수입 비판 여론과 법률과의 괴리 때문에 허둥댄 것처럼 보여요. 이번 기회에 법을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두 부처가 이달 말 법 개정을 협의하겠다고 해요. 비윤리적으로 포획한 지역에서 수입을 불허하는 방안, 관리를 잘못했을 경우 일정 기간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 판로를 열어놓는 것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될 거 같습니다. 이참에 돌고래의 추가 반입, 수족관 내 번식을 막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법 개정 논의에 임했으면 좋겠어요.

※추신: 울산 큰돌고래를 야생방사 하자는 주장이 있어요. 고도의 사회생활을 하는 특성상 돌고래는 기존 무리가 사는 원 서식지에 방사해야 합니다. 만약 야생방사하려면 일본 다이지로 다시 보내야 하는데, 포경국가인 일본에서 받아줄 리 만무하고, 그렇다고 부산에 풀어놓는다고 찾아간다는 보장도 없고…. 다이지 큰돌고래는 우리나라 동해에서 아주 가끔 목격되는 큰돌고래와는 다른 무리입니다. 생명은 조심히 다룰수록 좋아요.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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