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지구촌 멸종 가속화
멸종된 종 복원, 어디까지?
멸종된 종 복원, 어디까지?
* 매머펀트 : 매머드와 아시아코끼리의 유전자 편집종
인류는 지구 곳곳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멸종위기로 몰아가는 한편 멸종을 막기 위한 노력도 함께 펼쳐왔다.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시도되는 가장 적극적인 활동은 기존 개체군의 보전을 목적으로 생물체를 옮겨서 풀어놓는 ‘보전이입’(Conservation translocation)과 원래 서식 범위에서 절멸된 생물을 다른 곳에서 들여와 서식 범위 안에 풀어놓는 ‘재도입’(Reintroduction)이다. 보호구역을 지정해 서식 여건을 개선해주면서 다른 지역이나 인공 증식을 통해 확보한 멸종위기종 개체를 풀어 놓아 개체수가 늘어나게 하는 것이다. 중국의 따오기 복원, 우리나라 지리산에서 2004년 시작된 반달가슴곰 종 복원 등이 그런 예다.
그러나 실제 이런 보전 활동을 통해 급박한 멸종 위험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단계로 옮겨간 생물종은 국가의 상징 동물이거나 생태 이외에 문화적 가치가 높아 대중의 관심과 국가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가 2007년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고 공식 선언한 흰머리독수리, 지구 생물종의 상태를 멸종 위험성을 기준으로 평가한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Red List)에서 멸종 위험(EN) 단계를 탈출해 취약(VU) 단계로 올라간 자이언트판다 등이 대표적이다.
재도입이나 이입을 통한 개체군 복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진행해온 반달가슴곰이나 여우 복원 사업 사례에서 보듯 개발 사업으로 훼손되고 파편화된 서식 환경을 그대로 둔 채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입된 생물이 활동 반경이 높은 동물인 경우 복원 지역 주변에 사는 인간들과의 갈등 해결도 큰 골칫거리다. 재도입이나 이입의 결정 단계는 물론 시행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매머드 귀, 혈액 등 유전자 알아내”
생물다양성 보전을 놓고 종종 벌어지는 이런 논란의 테이블에 얼마 전 새로운 논란거리가 더해졌다. 인공 생명체를 창조하는 수준까지 접근한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현존 멸종위기종을 인공 증식하는 차원을 넘어 오래전 절멸된 생물종을 부활시키려는 시도 때문이다.
영화 <쥐라기공원> 속의 공룡까지는 아니어도 수만년 전 빙하시대에 살았던 매머드를 되살려내기 위한 프로젝트가 이미 2015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학대학원의 조지 처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시베리아 얼음 속에서 얻은 털매머드 신체 조직으로 알아낸 유전자 정보를 현존 생물 가운데 털매머드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아시아코끼리 유전체 안에 끼워 넣고 있다. 이것을 이용해 매머드의 핵심적 특징을 지닌 배아를 만든 뒤, 인공자궁에 넣어 키워내는 방식으로 매머드와 코끼리로 이뤄졌다는 의미의 ‘매머펀트’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이들은 현재 유전체 편집 작업과 함께 생쥐 배아를 인공자궁에서 키우는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털매머드·아시아코끼리 유전자 편집
빙하기 동물 배아 2년안 완성 목표
“발생 단계서 일어나는 후성효과로
예상 못한 괴물 나올수도“ 우려도
IUCN, 가이드라인 만드는 등
환경·생명 윤리 논쟁 거세진다 처치 교수는 지난달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 주제 발표에 앞서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런 유전자 편집이 끼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으며, (매머드가 지닌) 작은 귀, 피하지방, 털과 혈액에 간여하는 유전자는 이미 알아냈다”며 “앞으로 2년 안에 코끼리와 매머드가 결합된 배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꿈꾸는 대로 눈 덮인 툰드라에 거대한 매머드가 다시 걸어 다니는 일이 실제 이뤄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기술적으로 매머드 복원이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복원이 복제 기술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최종 목표는 복원한 종이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 잡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돼야 한다. 여기까지 가려면 생명윤리 문제, 서식지 확보, 예기치 못한 위험 등 다양한 논란이 해결돼야 한다. 어떤 생물종이 절멸된 뒤 오랜 시간 변화한 생태계에 절멸됐던 종을 복원해 풀어놓는 것은 외래종을 풀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생물종 보전 관련 전문가들이 매머드와 같은 절멸종 복원 시도는 생물 보전 측면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며 부정적이거나, 하더라도 멸종된 뒤에도 서식 환경이 크게 변화하지 않아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기 쉬운 종에서 후보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매머드는 아니란 얘기다. 2014년 절멸종 복원을 둘러싼 논란을 다루기 위해 구성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종생존위원회(SSC) 전문가 특별팀은 2년여의 논의 끝에 지난해 5월 절멸종의 대리생물(Proxy)을 만드는 데 적용할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놨다. 생물다양성 보존 전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절멸종 복원에 적용할 가이드라인까지 만든다는 것은 절멸종 복원이 모험적인 생명공학자 사이에 국한되는 이야기만이 아님을 의미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이 가이드라인은 절멸종 복원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절멸된 종 복원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도입하려는 생태계의 안전성이나 회복력을 증가시키거나 다른 종의 손실을 감소시키는 등 생태계 보전에 긍정적인 이점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하고, 현존 생물 가운데 대체 생물을 찾아 이입시키는 것보다 비용이나 위험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어야 할 것”을 요구한다. 또 가이드라인은 “어떠한 절멸종 복원 시도도 직접적인 부정적 상호작용에 의해서든 간접적인 기회비용 측면에서든 현존 생물종을 멸종에 빠뜨릴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매머드 복원이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구속력이 없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매머드가 만들어졌더라도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생물다양성 보전에 효과 없어” 최근 초저온 동결 보존 생식줄기세포와 미꾸라지 대리모를 이용해 멸종위기종 1급 미호종개 인공 증식을 성공시켰던 국립생물자원관 이승기 박사는 “매머드와 코끼리 유전체를 편집해 만들어진 생물의 겉모양이 매머드와 같더라도 실제 유전적으로 매머드와 동일한 생물일 수는 없고, 발생 단계에서 작용하는 후성효과에 의해 코끼리와 예상치 못하게 뒤섞인 특질을 지니게 될 수 있다”며 “설령 만들어져도 야생으로 가지 못하고 보호시설에 갇혀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물이 짝짓기해 생식 능력이 있는 후손을 낳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1일 학술 저널 <네이처 이콜로지 앤드 에볼루션>에 발표한 논문에서 캐나다 칼레톤대 생물학과 조지프 베닛 교수를 비롯한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공동연구팀은 “절멸된 종을 부활시켜 보존하는 데 자원을 쓰는 것은 현존 멸종위기종 보존에 자원을 쓰는 것보다 생물다양성의 순손실을 초래하기 쉽다”며 “절멸된 종의 복원은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정당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절멸된 종을 복원하고 서식지에 투입해 보존하는 데 들어가는 직접비용과 기회비용을 다양한 시나리오로 분석해본 결과, 어떤 상황에서도 절멸된 생물보다는 멸종위기에 있는 현존 생물에 투자하는 것이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해 낫다는 결론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빙하기 동물 배아 2년안 완성 목표
“발생 단계서 일어나는 후성효과로
예상 못한 괴물 나올수도“ 우려도
IUCN, 가이드라인 만드는 등
환경·생명 윤리 논쟁 거세진다 처치 교수는 지난달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 주제 발표에 앞서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런 유전자 편집이 끼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으며, (매머드가 지닌) 작은 귀, 피하지방, 털과 혈액에 간여하는 유전자는 이미 알아냈다”며 “앞으로 2년 안에 코끼리와 매머드가 결합된 배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꿈꾸는 대로 눈 덮인 툰드라에 거대한 매머드가 다시 걸어 다니는 일이 실제 이뤄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기술적으로 매머드 복원이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복원이 복제 기술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최종 목표는 복원한 종이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 잡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돼야 한다. 여기까지 가려면 생명윤리 문제, 서식지 확보, 예기치 못한 위험 등 다양한 논란이 해결돼야 한다. 어떤 생물종이 절멸된 뒤 오랜 시간 변화한 생태계에 절멸됐던 종을 복원해 풀어놓는 것은 외래종을 풀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생물종 보전 관련 전문가들이 매머드와 같은 절멸종 복원 시도는 생물 보전 측면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며 부정적이거나, 하더라도 멸종된 뒤에도 서식 환경이 크게 변화하지 않아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기 쉬운 종에서 후보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매머드는 아니란 얘기다. 2014년 절멸종 복원을 둘러싼 논란을 다루기 위해 구성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종생존위원회(SSC) 전문가 특별팀은 2년여의 논의 끝에 지난해 5월 절멸종의 대리생물(Proxy)을 만드는 데 적용할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놨다. 생물다양성 보존 전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절멸종 복원에 적용할 가이드라인까지 만든다는 것은 절멸종 복원이 모험적인 생명공학자 사이에 국한되는 이야기만이 아님을 의미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이 가이드라인은 절멸종 복원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절멸된 종 복원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도입하려는 생태계의 안전성이나 회복력을 증가시키거나 다른 종의 손실을 감소시키는 등 생태계 보전에 긍정적인 이점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하고, 현존 생물 가운데 대체 생물을 찾아 이입시키는 것보다 비용이나 위험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어야 할 것”을 요구한다. 또 가이드라인은 “어떠한 절멸종 복원 시도도 직접적인 부정적 상호작용에 의해서든 간접적인 기회비용 측면에서든 현존 생물종을 멸종에 빠뜨릴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매머드 복원이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구속력이 없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매머드가 만들어졌더라도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생물다양성 보전에 효과 없어” 최근 초저온 동결 보존 생식줄기세포와 미꾸라지 대리모를 이용해 멸종위기종 1급 미호종개 인공 증식을 성공시켰던 국립생물자원관 이승기 박사는 “매머드와 코끼리 유전체를 편집해 만들어진 생물의 겉모양이 매머드와 같더라도 실제 유전적으로 매머드와 동일한 생물일 수는 없고, 발생 단계에서 작용하는 후성효과에 의해 코끼리와 예상치 못하게 뒤섞인 특질을 지니게 될 수 있다”며 “설령 만들어져도 야생으로 가지 못하고 보호시설에 갇혀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물이 짝짓기해 생식 능력이 있는 후손을 낳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1일 학술 저널 <네이처 이콜로지 앤드 에볼루션>에 발표한 논문에서 캐나다 칼레톤대 생물학과 조지프 베닛 교수를 비롯한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공동연구팀은 “절멸된 종을 부활시켜 보존하는 데 자원을 쓰는 것은 현존 멸종위기종 보존에 자원을 쓰는 것보다 생물다양성의 순손실을 초래하기 쉽다”며 “절멸된 종의 복원은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정당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절멸된 종을 복원하고 서식지에 투입해 보존하는 데 들어가는 직접비용과 기회비용을 다양한 시나리오로 분석해본 결과, 어떤 상황에서도 절멸된 생물보다는 멸종위기에 있는 현존 생물에 투자하는 것이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해 낫다는 결론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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