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은 공기역학적 지름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인 PM10이 ㎥당 24시간 평균 10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이하·연간 평균 50㎍ 이하이고, 초미세먼지로 불리는 PM2.5가 24시간 평균 50㎍/㎥ 이하·연간 평균 25㎍/㎥ 이하이다. PM10에 대해 24시간 50㎍/㎥·연간 20㎍/㎥, PM2.5에 대해 24시간 25㎍/㎥·연간 10㎍/㎥로 설정돼 있는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과 견줘보면 24시간 기준으로는 2배, 연간 기준으로는 2.5배 높은 농도다. 느슨한 것이 맞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환경기준 강화 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경선후보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최소 선진국 수준, 최대 세계보건기구 권고 수준까지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같은 당 안희정 경선후보도 ‘국민안심 생활공약’에 24시간 미세먼지 기준을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고, 이재명 경선후보는 ‘미세먼지 환경부 기준 강화’를 미세먼지 8대 핵심공약의 하나로 내걸었다.
하지만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와 실제 대기질 개선은 별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환경연보 2016>을 보면, 전국 200여개 도시대기측정망의 최근 연도 PM10 24시간 환경기준 달성률은 2013년 7.9%, 2014년 8.2%, 2015년 10.7%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환경기준이 적용된 PM2.5의 같은 해 환경기준 달성률은 4%에 불과했다. 이렇듯 환경기준 달성률이 극도로 낮은 것에 대해 환경부를 포함한 어느 곳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환경기준이 언제까지 달성해야 한다는 시한조차 명시되지 않은 환경정책의 ‘행정목표치’이기 때문이다.
정용원 한국대기환경학회장(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은 “미국을 보면 환경기준 미달성 지역에 기준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워 이행하도록 하고 그래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엔 제재까지 가능한데, 우리는 미달해도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으니 환경기준이 유명무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형편에 환경기준치를 좀더 높이는 것이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실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강화돼야 하는 것은 환경기준이 아니라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과 설비 등에 적용되는 배출기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언적인 환경기준과 달리 배출기준은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3년부터 입자 크기 최대 500㎛ 이하의 총먼지(TSP)를 기준으로 먼지 환경기준을 운영해오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1993년에 PM10으로 기준을 바꾸고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 기준을 강화했다. 2011년에는 PM2.5 기준을 추가해 2015년부터 적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배출기준의 기준 물질은 지금도 미세먼지보다 수십~수백 배 큰 먼지를 포함한 총먼지에 머물러 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발전소 같은 곳에 가서 재보면 대부분 총먼지 배출기준치의 20% 정도밖에 배출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여유있게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상황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더 줄일 기술이 있어도 거기에 돈을 쓰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과거 동구권이 전세계에서 환경기준이 가장 엄격했지만 가장 오염된 지역이었다는 것을 되새겨봐야 한다. 배출기준 규제가 동반되지 않은 환경기준 강화는 탁상 환경정책의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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