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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어머님의 품처럼…멸종 위기 반달곰을 살려내다

등록 2017-05-29 08:59수정 2017-05-29 09:43

국립공원 50주년 연재 ① 생태계의 마지막 피난처
국토 7%에 멸종위기종 65%
훼손된 자연 살려내는 씨앗

밀렵 쫓긴 반달곰 품은 지리산
풍부한 먹이와 숨을 곳 제공
5~8마리서 45마리로 불어나
지리산국립공원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달가슴곰들. 국립공원이라는 특별한 보호막과 잘 보존된 자연환경 덕분에 이들이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국립공원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달가슴곰들. 국립공원이라는 특별한 보호막과 잘 보존된 자연환경 덕분에 이들이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2000년 10월 중순 어느날 한 지방방송사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지리산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커다란 몸집의 검은 동물이 잡혔다. 검은 털로 덮인 커다랗고 둥그런 얼굴에 특히 까맣게 도드라져 보이는 뭉툭한 코. 바로 곰이었다.

동영상을 확인한 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은 야생 반달가슴곰이 확실하다고 판정했다. 1983년 5월 강원도 설악산에서 한 마리가 밀렵꾼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이후 17년 만에 한반도 남쪽에서 야생 반달가슴곰의 실체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환경연구원이 동영상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를 한 결과, 모두 5~8마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미 이 땅에서 호랑이는 사라진 지 오래다. 표범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반달가슴곰은 멸종을 눈앞에 둔 상태로나마 살아남아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해수구제 대상이 돼 개체수가 급감하고 해방 후에는 웅담을 노린 밀렵꾼들에게 쫓기던 반달가슴곰들을 지리산이 숨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5~8마리의 잔존 개체로는 멸종이 시간문제라고 판단한 환경부는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개체군을 지속가능한 규모인 50마리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복원사업에 들어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북한과 러시아 등에서 같은 혈통의 야생곰 새끼들을 들여와 지리산에 풀어놓아 짝짓기를 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체수를 늘려,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지난해 말 현재 45마리로 불어난 상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첫 반달가슴곰관리팀장이었던 한상훈 박사(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는 “반달가슴곰이 이렇게 우리 땅에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483㎢의 보호된 땅 지리산국립공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리산국립공원이라고 밀렵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많은 감시의 눈길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잘 보전된 자연은 언제나 풍부한 먹이와 숨을 곳을 내줬다.

“우리 생물자원의 보고이면서 생물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 생물종 다양성의 핵심지역이자 야생 동식물 최후의 피난처입니다.” 앞은 환경부에서 국립공원을 총괄하는 박천규 자연보전국장의 말이고, 뒤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윤주옥 처장의 말이다. 국립공원의 생태적 가치에 대해서는 이처럼 환경부나 환경부의 국립공원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해온 환경단체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견이 없다.

가장 먼저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부터 지난해 지정된 막내인 태백산국립공원까지 모두 22개인 국립공원 전체 면적은 6726㎢로 국토의 6.71%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속에 국내 기록 생물종 4만5295종의 45%인 2만568종, 국내 멸종위기종 246종의 65%인 160종을 품고 있다. 곤충 멸종위기종의 95%, 양서·파충류 멸종위기종의 86%, 포유류 멸종위기종의 60%가 국립공원 안에서 살아간다. 이것은 국립공원이 처음부터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 가운데 지정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정된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핵심 서식지 보전을 위한 공원 안 특별보호구역 지정·관리, 훼손지와 멸종위기종을 대상으로 한 생태계 복원 활동을 통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에 설정돼 있는 야생동식물보호구역, 습지보호지역, 생태경관보전지역, 산림보호구역 등 다양한 이름과 목적의 보호구역 가운데 전담관리기관이 현장관리소를 두고 상시 보호관리하는 대표적인 보호구역이다.

신용석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은 “이런 생물다양성을 지닌 국립공원들은 백두대간이나 대간의 가지 능선을 중심으로 전국에 고루 흩어져 있어서, 어떤 지역이 훼손되거나 망가졌을 때 씨앗이 돼서 회복시키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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