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폭염겟돈’(폭염+아마겟돈)이 20일 이상 지속되면서 그동안 가장 더운 7월과 8월로 기록된 1994년과 2016년에 세워진 각종 기상 극값(최고치)들이 올해 모두 경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최고기온 최고 기록의 경신이 점쳐지고 있다. 공식 기상 통계로 잡히는 기상관서 관측 기준으로 여름철에 수은주가 가장 높이 치솟은 기록은 1942년 8월1일 대구의 40.0도였다. 7월만 놓고 보면 1939년 7월21일 추풍령 관측소에서 기록된 39.8도이다. 서울의 최고기록은 1994년 7월24일 38.4도이다. 기상청은 8월1~2일 서울의 최고기온을 39도로 예보해 이들 기록이 모두 경신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기상청이 운용하는 기상자료개방포털(data.kma.go.kr) 자료를 보면, 30일 현재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4.6일로 기록됐다. 1994년 7~8월의 폭염일수가 28.7일(7월 18.3일+8월10.4일)인 것과 비교하면 앞으로 14.1일 동안 폭염이 이어지면 폭염일수 기록이 깨질 수 있다. 티베트고원에서 형성된 대륙고기압이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올해의 기압배치와 유사했던 2016년에 폭염이 8월25일까지 이어지며 8월 폭염일수가 역대 최고인 16.7일로 기록됐던 것에 비춰보면 기록이 바뀔 공산이 크다. 역대 2위 기록인 2016년 폭염일수 22.2일(7월 5.5일+8월 16.7일)은 일주일~열흘 뒤면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3위인 2013년 폭염일수(17.9일)는 이번 주 안에 넘을 것이 확실하다.
금산·김해·밀양·상주·안동·양산·의령·의성·합천 등지에서는 11일부터 30일까지 20일 동안 폭염이 이어져, 앞으로 보름 이상 폭염이 이어지면 2016년 경남 합천에서 세워진 최장 폭염일수(34일)를 뛰어넘을 수 있다. 당시 합천에서는 7월23일 시작한 폭염이 8월25일까지 이어진 것에 견줘 올해 폭염은 이보다 열흘 이상 일찍 시작된 것이어서 기록 경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열대야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역대 기록은 역시 1994년으로 7월(8.9일)과 8월(8.4일) 전국 평균 열대야가 17.3일로 기록돼 있다. 2016년에는 10.7일(7월 4.0일+6.7일)로 폭염에 비해서는 열대야 일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올해는 30일 현재 7.4일이 기록돼 1994년과는 불과 9.9일, 2016년과는 3.3일 격차밖에 나지 않는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야가 열흘 이상 나타나면 1994년 기록뿐만 아니라 역대 2위인 2013년(15.8일)과 3위인 2010년(12.0일) 기록들도 차례로 깨질 수 있다.
특히 올해 열대야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인 경북 포항에서는 지난 12일부터 30일까지 19일 동안 열대야가 이어져 1994년 경남 창원에서 기록된 최장 기록 29일을 8월초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포항에서는 31일 아침 최저기온이 25.9도를 기록한 데다 기상청 중기예보(8월1~10일)에서 포항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25도 미만인 날은 하루도 없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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