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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슈퍼폭염’ 시대…폭염 조기예보 체계 갖추자

등록 2018-08-03 05:00수정 2018-08-03 09:32

기상청, 예보없이 특보만 발표
당일 아침 발령해 실효성 없어
빨리 예보할수록 온열환자 감소
미·일은 최대 14일전 중기예보

폭염 예보체계를 갖추면 온열환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픽사베이
폭염 예보체계를 갖추면 온열환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픽사베이
2일에도 40도를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섭씨 41.0도(강원 홍천)라는 전날의 역대 최고 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연일 계속되는 폭염은 1942년 대구의 40.0도 이후 70여년 만에 이른바 ‘슈퍼폭염’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실제로 1일 현재 기상 관측 45개 지점에서 8월 최고기온 극값 1~5위 225개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5개(56%)가 2012년 이후에 기록됐다. 이에 따라 ‘슈퍼폭염’ 시대에 대응해 폭염을 조기예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기상청은 폭염 예보를 운용하지 않고 있다. 폭염이 발생하기 하루 전 폭염 특보를 통해 주의 정보를 알려줄 뿐이다. 이번 폭염에도 시민들은 기상청 누리집 어디에서도 주간예보의 최고기온을 보고 ‘짐작’할 뿐 폭염이 얼마나 강하게 지속될지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기상청은 2008년 온열질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구간인 33도(35도)와 열지수 32도(41도)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 주의보(경보)를 발령하는 폭염 특보를 도입했다. 2012년부터는 온도만을 특보 기준으로 간소화했다. 기상청의 폭염 특보 정확도는 72%다. 오보율은 2%로 매우 낮다. 하지만 대부분 당일 오전 9시~낮 12시에 발령돼 실효성이 떨어진다. 폭염이 야외활동자들한테 주의 정보로 활용돼야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염 조기 정보는 적어도 하루 전에는 전달돼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기후변화센터(APCC) 연구 논문을 보면, 폭염 특보 선행시간이 10시간 이하일 경우 온열질환자 수가 증가하지만 이후 선행시간(특보 발표 시간과 발효 시간 차)이 길어질수록 온열질환자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특보 선행시간에 따른 온열질환자 수의 감소율은 시간당 0.5명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폭염 단기·중기 예보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7일까지의 열지수를 예보하고 있으며, 8~14일까지의 폭염 중기예보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일본도 주간예보에 고온주의·열사병주의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5일 뒤부터 14일까지를 대상으로 7일 동안 평균기온이 상위 10% 상태에 있을 확률이 30% 이상 예상될 때 ‘고온주의’, 7일 동안 평균기온이 특정 기온을 초과할 확률이 30% 이상 예상될 때 ‘열사병주의’를 발령하는 ‘이상기후 조기경계 정보’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도가 60%대에 그쳐 아직은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단계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교수는 “폭염에 의한 위험 회피 의사결정을 미리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예보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 폭염 조기예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인과 한반도에 맞는 고유의 열지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폭염과 다른 ‘열파’(heat wave) 개념을 기반으로 한 경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열파는 수십년에 한번 나타날 정도의 고온이 상당히 넓은 지역에 2~3일 이상 지속되는 폭염을 말한다. 2003년 유럽을 기습한 폭염과 올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폭염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도는 여름철 최고기온 평년치가 40도 이상인 지점에서 한낮 기온이 이보다 3~4도 높으면 ‘열파 영향이 있다’, 5~6도가 초과하면 ‘중(中) 정도의 열파’, 6도 이상이면 ‘엄중한 열파’로 구분해 경보를 낸다. 중국은 최고기온과 상대습도를 함수로 한 열파지수를 3단계로 나눠 발표한다.

기상청은 현재 폭염연구센터(센터장 이명인)를 통해 폭염경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에 기상청에서 폭염 조기예보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바람, 습도 등과 지역 특성까지 고려한 폭염 영향 예·특보를 2022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올해 폭염처럼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현 폭염 예보 체계에서는 알릴 방법이 없다. 40도를 초과하고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슈퍼폭염에 대한 정보 전달 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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