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태풍 ‘노루’의 위성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제14호 태풍 ‘야기’의 예상 이동 경로가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예보모델마다 편차가 커 한반도의 폭염을 씻어줄지, 오히려 강화할지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기상청 누리집의 태풍 정보를 보면, 태풍 ‘야기’는 이날 오후 3시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820㎞ 부근 해상에서 시속 9㎞ 속도로 서진하고 있으며 14일 오후 3시께면 백령도 서쪽 약 20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현재 수치모델들 결과를 토대로 종합 분석하면 태풍 ‘야기’의 예상 이동 경로가 서쪽으로는 대만 북쪽으로 진행해 중국 내륙으로 진입하는 것에서부터 동쪽으로는 일본 열도 서쪽을 통과하는 것까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태풍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육지에 상륙하지 전 바다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매우 유동적이서 그렇다”고 밝혔다.
태풍이 소멸하지 않고 북상하더라도 한반도 중부지역을 통과하는 경우, 북한 지역으로 통과하는 경우, 중국 상하이 북쪽으로 상륙하는 경우 등 세가지 경로가 모두 가능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먼저 태풍이 계속 북상해 서해안을 지나 한반도 중북부지방을 통과할 경우 폭염은 해소되겠지만 태풍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 호미로 막으려다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가 닥치는 셈이다.
다음 태풍이 한반도보다는 중국 동해안 쪽에 가깝게 북상해 산둥반도를 통과하고 나서 계속 북상하든지 북한 북부지역을 통과하는 경우 태풍 진행 방향의 동쪽에 있는 우리나라에 강수와 바람으로 서쪽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태풍 야기는 ‘효자태풍’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태풍 크기가 작고 일정 강도 이상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한반도에 태풍에서 나오는 수증기 유입이 매우 적어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을 누그러뜨리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태풍이 중국 동해안 상하이 북쪽 근처로 상륙해 내륙으로 진행하는 경우 한반도로 수증기 공급을 못해 비가 오지 않을 뿐더러 일부 따뜻한 공기만 끌어올려 14일 이후에도 폭염이 지속될 수 있다.
유희동 국장은 “두 시간 가까이 예보관 회의를 했음에도 모든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거의 비슷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태풍의 이동경로를 좀더 지켜보며 정확한 예상 이동 경로를 도출해내겠다”고 말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일본과 홍콩 기상청은 우리나라 기상청과는 조금 다르게 태풍 ‘야기’가 한반도 중앙을 통과하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지만 태풍 위치 확률 반경 상으로는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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