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활동에 기인한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태풍·허리케인·사이클론 등 열대 저기압의 강수량을 많게는 40% 이상 늘리고, 풍속도 최대 초속 15m 증가시킬 것이라는 연구 논문들이 과학저널 <네이처> 16일치에 나란히 실렸다.
미국 국립로렌스버클리연구소의 크리스티나 패트리콜러 연구원 등은 북미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동남아시아의 태풍 하이옌 등 가장 파괴적이었던 열대 저기압 15개에 대해 산업혁명 이전과 현재 그리고 21세기 말의 세 가지 대표이동경로(RCP 4.5·6.0·8.5)에 따른 기후변화 상황에서 발달하는 양상을 고해상도 기후모델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분석 결과 바다와 대기의 온난화에 의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어마, 마리아 등의 평균 강수량이 4~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로렌스버클리연구소 연구팀은 기후모델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21세기 말 기후변화 상황에 따라 열대 저기압들의 강수량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또 인위적인 기후변화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지구 평균온도가 3~4도 높아지는 최악의 시나리오(RCP 8.5)가 진행될 경우 15개 열대 저기압 가운데 11~13개의 강수량과 풍속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 상륙해 2천명의 인명피해를 낸 카트리나가 세기말에 발생한다면 강수량이 16% 늘어나고, 2011년 오스트레일리아를 강타한 사이클론 야시의 강수량은 35%, 2004년 마다가스카르에서 300명의 인명을 앗아간 가필로는 4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풍속은 초속 3~15m(시속 11~54㎞) 증가했다.
또 다른 연구팀인 미국 아이오와대의 개브릴 빌래니리 연구원 등은 휴스턴의 도시화가 2017년 허리케인 하비의 강수량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한 논문을 보고했다. 카테고리 4인 하비는 당시 휴스턴의 인구 밀집지역에 1m 이상의 비를 쏟아부어 전례없는 홍수 피해를 낳았다. 연구팀은 도시의 구조가 대기의 흐름을 방해해 호우를 증가시키는 한편 도시 지표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돼 홍수 피해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도시화 때문에 허리케인의 홍수 위험이 휴스턴 전역에서 0.1배 높아지는 곳도 있지만 최고 90배가 높아지는 곳도 있어 평균 21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도시 계획을 할 때 홍수에 대해 더 많은 고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