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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백두대간 가문비나무들

등록 2020-04-05 12:33수정 2022-01-11 17:54

녹색연합, 최근 지리산 등 조사 “집단고사 가속화”
지난달 23일 지리산 반야봉에서 발견한 부러져 쓰러진 가문비나무. 녹색연합 제공
지난달 23일 지리산 반야봉에서 발견한 부러져 쓰러진 가문비나무. 녹색연합 제공

기후변화로 한반도 백두대간 아고산대 침엽수들이 고사 중인 가운데, 최근 가문비나무들의 집단고사가 점차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5일 식목일을 맞아 지리산에서 가문비나무의 고사가 가속화되고, 덕유산에선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 계방산엔 일부 개체만 남았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남한 가문비나무의 대표적 집단서식지인 지리산 반야봉과 중봉-천왕봉 일대를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현장 조사한 결과 이런 집단고사가 나타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서 위원은 특히 지리산 반야봉 북사면에선 지난해부터 30~50년 수령의 가문비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죽어가는 것이 탐방로에서도 쉽게 관찰됐다고 전했다. 서 위원은 “한라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와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의 분비나무도 이런 ‘뿌리 뽑힘’이 집단고사의 신호였다”며 “반야봉 일대를 정밀조사하면 가문비나무의 뿌리 뽑힘 현상이 더 파악될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크리스마스트리’로 쓰는 가문비나무는 아고산대(저산대와 고산대 사이) 상록침엽수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의 백두산부터 남한 지리산까지 서식한다. 북한에선 백두산과 함경도 고산지대, 금강산에 주로 서식하는데, 백두산 일대 가문비나무 원시림은 동북아 고산침엽수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의 경우 지리산, 덕유산, 계방산, 설악산의 해발 1600m 지역에서 서식 중이나 기후변화로 멸종돼 가고 있다.

지리산 반야봉에서 고사한 가문비나무. 녹색연합 제공
지리산 반야봉에서 고사한 가문비나무. 녹색연합 제공

서 위원은 “지리산 중봉 능선에 살던 200년 전후의 가문비나무가 부러진 채 1.5m 높이의 밑동만 남아 있었다”며 “기후변화의 복합적 스트레스에 노출돼 허약해져 있다가 강풍이 겹쳐 부러져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녹색연합은 덕유산의 경우 가문비나무가 1990년대 후반까지 향적봉을 중심으로 50여개체 서식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확인 결과 10여개체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계방산에선 산 정상 봉우리 북사면 쪽에 군락을 형성했지만 역시 최근 고사가 진행 중이었다.

가문비나무의 고사는 겨울철 기온 상승과 봄철 강수량 부족 탓이다. 기후변화로 최근 백두대간 아고산대에선 눈이 2~3월부터 일찍 녹기 시작하고, 봄 가뭄까지 겹치면서 토양 내 수분 함량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5월에 생장을 시작하는 가문비나무 등 아고산대 침엽수들은 수분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서 위원은 “지리산의 최근 10년, 특히 5년 적설량은 과거보다 현격히 줄었다. 지난달 지리산 반야봉과 중봉 일대엔 북사면 일부에 30㎝가량의 잔설만 남아 있었고, 주 능선과 남사면엔 눈이 거의 없었다. 봄철 건조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가문비나무들이 집단고사한 지리산 반야봉 일대 항공사진. 녹색연합 제공
가문비나무들이 집단고사한 지리산 반야봉 일대 항공사진. 녹색연합 제공

한편 기상청은 식목일을 맞아 최근 5년간 한반도 주변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계절별로 정리했더니 “식생이 활발한 여름철 낮에 가장 낮게 나타났다”며 “육지 식생의 수가 적거나 흡수하는 능력이 줄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격하게 누적될 수 있다. 나무 심기 등 식생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이 2014~2018년 안면도, 고산, 울릉도에서 측정한 한반도 이산화탄소의 평균 농도는 여름에 403.4ppm으로 가장 낮았고, 봄에 412.8ppm으로 가장 높았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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