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에너지 소비가 6% 감소함에 따라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도 8%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0일 발표한 ‘2020 세계 에너지 검토’ 보고서에서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각국의 전력 수요 변화를 분석해 이렇게 예측했다. 올해 전망된 에너지 수요 감소량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인도의 총 에너지 수요와 맞먹는 규모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감소 폭의 7배에 이른다.
에너지 수요 감소 폭은 코로나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면서 경제활동에 타격이 큰 지역에서 특히 커, 유럽연합은 11%, 미국은 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발전용 에너지원별로 보면 석탄과 가스 발전량이 모두 감소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낮은 운영비 등의 영향으로 5% 증가하면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발전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각국의 에너지 수요가 줄면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6억t 줄어 지난해보다 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보다 6배 이상 큰 기록적인 연간 감소량이다. 또 1930년대 대공황 기간이나 유럽 대부분이 폐허로 변했던 2차 세계대전 끝 무렵보다도 훨씬 큰 폭의 감소량에 해당한다.
이 보고서의 올해 에너지 수요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망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코로나에 대응해 취한 경제활동 통제 조처가 향후 몇 달 안에 점차 완화되면서 경제가 점차 회복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팬데믹이 더 장기화하며 경제회복이 늦어질 경우 에너지 수요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올해의 역사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는 조기 사망과 경제적 트라우마의 결과로 절대 환호할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경제 상황이 회복되면서 배출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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