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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바다의 온실가스 제거 능력은 과대평가? 과소평가?

등록 2020-05-03 10:41수정 2022-01-11 18:28

이산화탄소 30% 받아낸 바다…최근 상반된 연구 결과 나와
“온실가스 흡수력, 과대평가됐거나 과소평가됐을 가능성”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지화학자 켄 부셀러(오른쪽)가 지난 2018년 알래스카 만에서 해저 퇴적물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 제공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지화학자 켄 부셀러(오른쪽)가 지난 2018년 알래스카 만에서 해저 퇴적물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 제공

산업화 이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는 바다가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면과 접촉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용존무기탄소로 바뀌거나, 물 속의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제거하는 식이다. 이 가운데 광합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와 관련해 과학계에서 최근 상반된 연구 결과를 잇따라 내놔 눈길을 끈다. 하나는 흡수력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을, 다른 하나는 그 반대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에서 매년 봄 발생하는 식물 플랑크톤의 폭발적 번무는 지구 최대의 ‘생물학적 이산화탄소 격리 이벤트’의 하나로 꼽힌다. 기존 탄소순환 모델은 북대서양 바다 속 규조류(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가 겨울은 물론 광합성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봄까지도 우세한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립항공우주국의 북대서양 생태계 프로젝트에 참여한 오레곤주립대 연구팀이 선박과 항공기,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북대서양의 식물 플랑크톤 양상을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식물 플랑크톤 가운데 크기가 큰 규조류보다 시아노박테리아와 같이 작은 플랑크톤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 규조류가 우세한 경우에도 크기가 나노-식물 플랑크톤이나 마이크로-식물 플랑크톤 범위의 하단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식물 플랑크톤은 동물 플랑크톤에 먹혀 먹이사슬로 들어가거나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아 이산화탄소를 장기 격리한다. ‘생물학적 탄소 펌프’로 불리는 이 과정에서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플랑크톤은 가라 앉는 깊이와 속도 면에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가 기후변화 측면에서 좋은 소식이 아닌 이유다.

연구팀은 “기존 생지화학 모델들은 북대서양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식물 플랑크톤을 크기가 균일하게 큰 규조류로 가정해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런 모델들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 국제 미생물 생태학회 저널에 발표됐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연구팀이 새로 측정한 바다의 연간 탄소 흡수량(왼쪽)과 기존 방식으로 측정한 흡수량 비교. 새로 계산한 바다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5.7페타그램(57억톤)으로 기존 방식 측정값의 두 배가 넘는다. 우즈홀 해양연구소 제공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연구팀이 새로 측정한 바다의 연간 탄소 흡수량(왼쪽)과 기존 방식으로 측정한 흡수량 비교. 새로 계산한 바다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5.7페타그램(57억톤)으로 기존 방식 측정값의 두 배가 넘는다. 우즈홀 해양연구소 제공

그로부터 일주일 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는 식물 플랑크톤의 탄소 격리를 다룬 또다른 논문이 발표됐다. 해양과 기후 변화, 지구 물리 등에 관한 세계 최고의 해양연구소로 꼽히는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지화학자 켄 부셀러가 주도한 이 논문의 결론은 오레곤주립대 연구팀과 정 반대다. 식물 플랑크톤이 시동을 거는 생물학적 탄소 펌프의 효율성이 실제보다 극히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는데 필요한 햇빛이 도달하는 깊이가 바다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바다에서 식물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통해 격리되는 탄소는 연간 5.7Pg(페타그램=1000조g)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2.8Pg의 두 배가 넘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들도 기후 모델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주저자인 부셀러는 연구소가 낸 연구 설명자료에서 “바다 속에 가라앉는 탄소의 양이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준다”며 “우리 연구 결과를 현재 뿐 아니라 미래의 바다가 어떤 모습일지 말해주는 모델을 개선하는데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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