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산동굴2 환경보전방안 수립을 위한 민간합동조사단 예비조사 보고서’ 내에 삽입된 안정산동굴2의 위치
강원 삼척시에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말썽이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가 자회사 ‘삼척블루파워’(옛 포스파워)를 통해 2018년부터 삼척 맹방해안과 안정산 일대에 2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중인데, 공사 터에서 동굴이 발견된 것이다. 애초 포스코 쪽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 동굴이 없었다. 최근 민간합동조사단의 보고서가 나왔는데 동굴의 가치가 “지정문화재급”이라면서도 “공사를 계속해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단체들은 “공사 강행 취지에서 작성한 부실한 보고서”라며 반발하고 있다.
5일 한국동굴연구소가 최근 작성한 ‘안정산동굴2 환경보전방안 수립을 위한 민간합동조사단 예비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단은 이 동굴이 “학술적·자연유산적 가치가 크며, 법적 보호 가치가 있는 동굴”이라며 “시·도지정문화재 이상의 동굴이며, 정확한 평가를 수행해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조사단은 “신종이나 미기록종인 동굴생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발파진동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훼손 정도가 크지 않다”며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지속하면서 발파진동이 동굴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보호 가치가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당장 공사를 중단할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녹색연합은 “조사 기간과 범위에 한계가 있는 부실한 조사”라고 지적했다. 계절 변화 등을 고려해 동굴 조사에 최소 1년이 필요한데도 7개월 만에 마무리한데다, 아예 조사를 하지 않은 분야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단은 동굴 내 두번째 호수가 있는 주굴 450m 지점 이후로는 전혀 조사를 하지 못했다. 녹색연합은 “이 조사 결과를 두고 동굴 보전 방안을 수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발전소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동굴 전 구간에 걸쳐 최소 1년에 걸친 추가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조사단도 부실 조사를 인정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동굴 내부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3차원 스캐너 측량과 호수 구간 다이빙 조사가 필요하다”, “동굴과 가까운 거리에서 발파진동을 수행하는 경우 (동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다를 가능성이 있다”, “균열 모니터링과 사진 모니터링을 지속해 추진해야 한다”며 추가 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애초 환경영향평가를 부실하게 수행한 사업자와 이를 그대로 승인한 환경부 모두 책임을 지고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삼척블루파워 1·2호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어지는 7개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일부다. 문 정부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허가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전 정부에서 승인해 추진 중이던 발전소는 그대로 둔 탓이다. 환경단체들은 착공이 가장 늦은 삼척블루파워의 매몰 비용이 가장 적다며 사업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의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은 연간 1300만t인데, 이는 정부가 2030년까지 감축하기로 계획한 온실가스(‘2030 로드맵’) 가운데 감축 수단을 확정하지 못한 3400만t의 약 40%에 해당하는 양이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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