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일부 언론 탈원전 뒤집기 시도 속
정부 원전정책 흔드는 공세에 힘싣나?
조기폐쇄 빌미삼은 논란 가라앉히나?
서울고법 2심 재판부 최종 선택 주목
영구정지된 운명 바뀔 가능성은 없어
정부 원전정책 흔드는 공세에 힘싣나?
조기폐쇄 빌미삼은 논란 가라앉히나?
서울고법 2심 재판부 최종 선택 주목
영구정지된 운명 바뀔 가능성은 없어
야당과 일부 언론이 “탈원전 정부가 월성 1호기를 무리하게 폐쇄했다”며 여론몰이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고법에서 월성 1호기 국민소송 2심 선고 재판이 열려, 그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의 결정이 정부의 원전 정책을 흔들려는 공세에 힘을 실을 수도, 월성 1호기 폐쇄를 빌미 삼은 불필요한 논란을 가라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20일 30년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이 정지됐으나,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22년 11월20일까지 수명 연장을 허가하며 다시 가동됐다. 이에 반발한 인근 주민 등 국민소송원고단 2100여명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 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운영변경 허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1심은 원안위가 수명연장을 허가한 과정의 절차적 위법을 취소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원자로 핵심설비 교체를 원안위 심의·의결 없이 소속 과장 전결로 처리한 것, 한수원이 허가사항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아 세부 변동 내역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의결한 것 등이다. 한수원 소속 위원회에서 활동한 전력 때문에 자격이 없는 위원 2명이 의결에 참여한 것, 최신 기술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안전성 평가 결과에 기초해 의결한 것 등도 문제 삼았다.
원안위의 항소로 시작된 2심에서는 절차적 위법 판단과 별도로 원고에게 판결을 구할 법적 이익, 이른바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한수원의 폐쇄 결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월성 1호기가 영구 정지됐기 때문이다. 원안위 쪽 대리인인 김앤장은 원고들이 바라는 대로 월성1호기가 폐쇄된만큼 소의 이익이 없어졌다며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소송단 쪽은 위법한 수명 연장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원이 위법 사실을 다시 확인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야당과 일부 언론이 월성 1호기 영구 정지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주장하면서 논란을 벌여 국민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수명 연장이 위법했다는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월성 1호기 재가동을 주장하는 법률가 단체가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김 변호사는 “폐쇄 결정의 무효를 다투는 소가 제기되면서 폐쇄 결정의 전제인 수명 연장의 위법성을 판단해야 할 실익이 커졌다. 판례의 취지상 후속 다툼이 남아 있는 경우 무효확인 또는 취소판결을 내릴 소의 이익이 있기 때문에 각하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항소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영구 정지된 월성 1호기의 운명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회법에 따른 종료 시한까지 넘기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감사원 감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설령 원고 패소판결이 나도 월성 1호기가 다시 돌아가려면 원안위가 영구정지 결정을 스스로 취소하고 한수원이 재가동을 신청해야 한다. 이것은 정부의 확고한 원전 축소 방침 때문이 아니더라도 실행되기 어렵다.
일부 언론은 한수원이 정부의 압박으로 월성 1호기 이용율을 낮춰 잡아 경제성이 없다는 억지 결론을 내린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확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보고서에 그런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월성 1호기 폐쇄를 의결한 2018년 6월15일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폐쇄 결정에는 경제성 뿐 아니라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 등이 중요하게 검토됐다. 당시 의결에 참가한 김해창 한수원 사외이사는 “잦은 고장에 따른 적자 누적, 5600여억원을 들여 설비를 보강했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 수준인 안전성, 특히 중수로여서 경수로보다 5, 6배 많이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 등까지 종합 검토한 경영적 판단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감사원의 정책감사 대상이 안 되는 사안인데 여당과 정부가 대처를 제대로 못하면서 정쟁화됐다”고 말했다.
1심 판결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월성 1호기에는 월성 2·3·4호기에 적용된 안전기준(R-7) 조차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월성 1호기의 설비를 최신 안전기준에 맞춰 보강하는데 들어갈 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설비 보강 필요성은 한수원도 인정한 바다. 2018년 6월 한수원 제7차 이사회 회의록에는 한수원이 이사들에게 “강화된 안전기준에 따라 앞으로 사고관리계획서를 만족해야 하며, 이를 위한 추가 안전설비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수명연장 허가가 되살아나 한수원이 설비를 보강해도 연장된 수명은 2년 반 뒤인 2022년 11월이면 끝난다. 만약 수명을 추가 연장하려면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늦어도 수명연장 만료일 2년 전인 오는 11월까지 원안위에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반 년 안에 끝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월성 1호기 폐쇄를 비난하며 재가동을 요구하는 주장이 정치적 공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2012년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전에 이뤄진 설비 보강은 낡아서 자주 고장나는 기기를 보수·교체한 것 일뿐 최신기술기준에 따라 안전성을 업그레이드한 것이 아니었다”며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내려진 폐쇄 결정을 무의미한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 전경.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 전경. 한수원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773/515/imgdb/original/2020/0527/20200527503073.jpg)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 전경. 한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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