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문섬 동쪽 바다 수심 40m 지역에서 담홍말미잘(노란색 원)이 ‘산호히드라’로 추정되는 산호 전체를 감싸 폐사시키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따뜻한 바다에 주로 사는 말미잘이 제주도 바다 속 산호의 일종인 ‘해송’의 성장을 방해해 집단 폐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간의 변화를 확인해야하지만, 환경단체는 말미잘이 주로 수온이 높은 지역에 사는 만큼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28일 최근 4차례에 걸쳐 제주도 서귀포 문섬 동쪽 바다 수심 40m 지역에서 30개체 이상의 해송을 확인한 결과, 20개체 가량이 폐사했거나 폐사 과정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해송은 전체 100여개로 추정된다. 해송 폐사 원인으로는 따뜻한 바다에 사는 ‘난류성 지표종’인 담홍말미잘이 주목된다. 녹색연합은 담홍말미잘이 해송의 가지, 줄기, 뿌리에 붙어 해송의 성장을 방해하고 폐사시키고 있는 현장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해송은 천연기념물 456호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긴가지해송도 천연기념물 457호로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이다. 산호인 해송과 긴가지해송은 제주 남부 서귀포 문섬 일대가 집단 서식지이다. 산호는 물고기들의 은신처이자 산란처로 생태적 가치가 높다.
신수연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보호종의 지역별 개체수와 서식환경 변화상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문화재청, 환경부, 해양수산부 모두 자료가 없다. 산호충류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염분의 밀도 저하,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한 교란 등 다양한 원인을 지목하고 있다. 말미잘 창궐과 해송 폐사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해송의 1/3 이상을 잠식한 담홍말미잘. 녹색연합 제공
긴가지해송의 주요 줄기를 완전히 잠식한 담홍말미잘. 녹색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