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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물맛 살려주지만…활성탄 관리·교체 못하면 ‘무용지물’

등록 2020-07-24 05:02

[뉴스 AS] 고도처리 정수장이 뭐길래
인천 부평·공촌 정수장 등 전국 7개 고도처리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된 지난 21일 오후 언론에 공개된 서울 성동구 뚝도아리수정수센터 내 활성탄 흡착지 모습. 이곳엔 가로 8m, 세로 12m 크기의 활성탄 흡착지가 22개 설치돼 있다. 오른쪽은 활성탄 흡착지실에서 관계자들이 활성탄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인천 부평·공촌 정수장 등 전국 7개 고도처리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된 지난 21일 오후 언론에 공개된 서울 성동구 뚝도아리수정수센터 내 활성탄 흡착지 모습. 이곳엔 가로 8m, 세로 12m 크기의 활성탄 흡착지가 22개 설치돼 있다. 오른쪽은 활성탄 흡착지실에서 관계자들이 활성탄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수돗물 불신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고도처리 정수장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활성탄 여과 방식을 사용하는 전국 49곳의 고도처리 정수장 중 7곳에서 애벌레가 나오면서 그 믿음이 깨졌다. 정부는 고도처리가 수돗물의 맛과 냄새까지 잡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수질 등급이 낮은 지역만 설치해야 하고, 제 기능을 하려면 관리인력의 전문성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지적한다.

고도처리 정수장은 일반 정수장의 정수 절차에 오존 소독과 활성탄(숯) 여과 공정을 추가한 시설이다. 녹조류에서 나는 흙냄새를 없애고 미생물을 처리하기에 한강, 낙동강 수계에 22개씩 설치돼 있다. 이번에 유충이 활성탄층을 뚫고 가정까지 흘러간 인천 부평정수장에 1986년 국내 최초로 준공됐고, 함께 문제가 된 공촌정수장에는 지난해 9월 준공됐다. 낙동강 수계인 대구·경북의 정수장들은 ‘페놀 사태’ 직후인 1990년대 초반 추가됐다. 고도처리 정수장은 일반 정수장보다 물 10만t(30만명이 하루에 쓰는 양) 기준 200억원의 설치비가 추가된다. 또 활성탄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적어도 2~3년에 한번씩 전체 활성탄을 교체해야 한다. 대구 매곡정수장(40만t)은 이 비용만 20억~30억원이 들었다. 일반 정수장보다 설치와 운영 비용이 비싸다.

환경부는 수돗물의 맛과 냄새를 유지하려면 고도처리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문재인 정부는 그린뉴딜 사업으로 2024년까지 전국 정수장 12곳에 4741억원을 들여 고도처리 시설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는 3차 수도종합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전체 정수시설의 70%에 이 시설을 도입하겠다고 계획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설정한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23일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새로 도입하는 지역은) 대청댐과 팔당댐이 원수라 호수 내 조류 번식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 불안을 고려해 수돗물을 안전하게 공급하겠다는 목적에서 목표(70%)를 설정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시민들의 수돗물 불안을 시설의 고도화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충청권의 금강 수계의 경우 고도처리까지 필요 없다는 평가지만, 2016년 이후 대전광역시에선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시설을 유치하려다 민영화 논란만 남기고 마무리됐다. 현 정부가 그린뉴딜을 통해 고도처리 시설을 도입하려는 대상엔 충청권 정수장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서 보듯 시설의 운영·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백명수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정책위원장(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수돗물 불신이 강한 한국에서 고도정수처리를 도입하는 것은 정부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시민들의 수도요금으로 전가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조 상황에 따라 활성탄 교체 주기를 달리하는 등 지방정부가 정수장 운영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검증했는지가 의문”이라며 환경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인천의 정수장은 창문이 열려 있어 날벌레가 드나들 수 있고, 활성탄 전처리 과정인 오존처리 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건 이후 관리인력이 교체되면서 이들 정수장의 운영 능력이 떨어졌거나 애초 설계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전국 정수장 484곳 중 남은 435곳에 대한 조사 결과는 다음주 초 발표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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