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린 3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홈플러스 앞 도로에 물이 들어차 반쯤 잠긴 차량에서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한반도의 장마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강도가 세지고 시작 시기가 빨라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
최근 기상청과 환경부가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보면, 장마철 집중호우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증가 경향이 또렷하다. 강수 총량이 늘고 시기도 점차 빨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5차 평가보고서에서 한반도가 있는 북반구 중위도(북위 30~60도)는 20세기 초반 이후 강수량 증가 경향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1913~2012년 기간보다 1973~2012년 기간의 강수량 증가가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이 증가했다. 2018년 국립기상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1912~2017년 한국의 여름철 강수량은 해마다 1.16㎜씩 늘었지만, 같은 기간 봄과 가을의 강수량은 0.19㎜, 0.39㎜씩 늘어 증가폭이 여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겨울은 외려 0.09㎜씩 줄었다. 여름 장마철 비의 양이 늘면서 전체 강수량이 늘어난 것이다. 여름 강수량 증가는 북서태평양고기압이 확장되면서 습한 공기가 늘고, 인도양 해수면의 온도 상승으로 대기 중 수증기 공급량이 늘어난 것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두가지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
여름철 장마는 특히 시작 시기가 당겨지고 기간이 늘어나는 특징을 보였다. 여름철 한반도엔 두번의 ‘기후학적 우기’가 존재한다. 첫번째 우기는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두번째 우기는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다. 시간이 갈수록 첫 우기는 시작 시기가 빨라지고 강도도 세졌다. 두번째 우기도 첫 우기와의 사이 ‘휴지기’가 줄면서 시작이 당겨졌다. 1913~2012년 기간 동안 첫 우기가 발생하는 시기는 약 10일 당겨졌다. 그러면서 7월 평균 강수 강도도 늘었다. 두번째 휴지기가 감소하는 경향은 1973~1993년에 견줘 1994~2015년에 더 두드러졌는데, 특히 한반도 남부 지역보다 중부 지역에서 그랬다. 중부지방의 장마가 그만큼 길어진 것이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수가 늘어난 것도 여름 강수량이 늘어난 원인이다. 제4호 태풍 ‘하구핏’이 장마전선에 수증기를 공급해 이번 폭우가 더 심해진 것과 같은 이치다. 태풍은 통상 8~9월에 한반도를 통과하는데, 이 경우 두번째 우기의 소멸 시기가 그만큼 늦어져 장마 기간도 늘게 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8월의 평균 강수량 증가 경향이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의 수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지난해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은 7개로, 근대 기상업무를 시작한 1904년 이래 가장 많은 수(1950~1959년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태풍의 빈도와 강도 역시 기후변화 영향으로 점차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