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20여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가운데 3분의 1인 220여 곳에서 지난 20여일 사이 하루에 150㎜ 이상 강수량이 기록됐다. <한겨레> 자료 사진
최근 20여일 동안 전국 자동기상관측기(AWS) 620여곳 가운데 220여곳에서 적어도 하루 이상 일 강수량이 150㎜를 웃돈 것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 평년값(1207.6∼1446㎜)을 고려하면, 자동기상관측기가 설치된 세 곳 중 한 곳에서 한달치 강수량이 하루 만에 내렸다는 얘기다.
기상청이 11일 지난달 20일부터 10일까지 일 강수량 150㎜ 이상인 곳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22일 가운데 전국 어느 한 곳이라도 150㎜ 이상의 비가 온 날은 15일(68%)이나 됐다. 또 하루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설치된 ‘향로봉’ 관측기로, 7월24일 460.0㎜가 기록됐다. 산지를 제외한 거주지에 설치된 관측기 중에서는 전남 담양군 담양읍 천변리의 ‘담양’ 관측기(8월8일, 413.0㎜)에서 일 강수량이 가장 많았다. 이 관측소에서는 전날인 7일에도 158.0㎜의 비가 와 이틀 동안 무려 571.0㎜의 폭우가 기록됐다. 전국 연평균 강수량의 40%가 훨씬 넘는 양이다. 지금까지 일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곳은 강원도 강릉으로, 2002년 8월31일 하루에만 870.5㎜의 비가 왔다.
기상청 자료에서 거주지 관측기 가운데 일 강수량 순위 10곳을 보면, 2일 300㎜ 안팎의 일 강수량이 기록된 충북 충주와 단양 관측기를 뺀 나머지 8곳은 모두 7∼8일 전남과 전북에서 기록됐다. 2·3위는 전북 순창에서 기록됐는데, 8일 ‘순창군’ 관측기는 361.3㎜, ‘풍산’은 360.5㎜이었다. 영남과 충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가운데서는 강원도 철원군의 ‘장흥’ 관측기가 13번째로 많은 강수량(8월4일, 269.5㎜)을 기록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2∼4일 사흘 동안 521.5㎜ 폭우가 쏟아졌는데 닷새 뒤인 9∼10일 또다시 214.5㎜ 비가 더 왔다.
11일에도 정체전선이 새벽녘 서울·경기 지역에 머물며 폭우를 쏟은 뒤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비를 내렸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인천에서는 106.6㎜의 강수량이 기록되고 서울 양천 104.5㎜, 충북 음성 102.0㎜ 등 1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린 곳이 꽤 됐다.
한편 기상청은 “12일에는 전국에 구름이 많이 끼고 13일에는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은 구름이 많겠다”며 “정체전선은 12일 일시적으로 북한지방으로 북상했다가 13일께 다시 남하해 중부지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경기지역은 정체전선 영향으로 16일까지 비 소식이 있다.
비가 오는 지역과 시기 외에는 계절적 영향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12일 오전 11시를 기해 강원 동해안 지방과 경북 경산, 대구 등지에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남부지방과 제주에는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기상청은 “13일까지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곳이 있고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더욱 높겠으며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이 유지되는 열대야도 발생하겠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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