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평균기온이 6월에 역전되는 등 올해 우리나라 날씨가 기후변화로 요동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우리나라 날씨가 기후변화로 요동을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평균기온은 6월보다 낮았다. 기상통계 4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3월과 6월은 고온현상을 빚은 반면 4월과 7월은 쌀쌀한 순위로 5위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긴 장마로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의 1.5∼2배에 이르렀다.
2020년 전세계(1~6월)와 우리나라(1~7월) 월별 평균기온 평년편차 시계열 및 역대순위. 기상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3일 기상청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나타난 우리나라 이상기후 현황을 정리한 자료를 보면, 때 이른 폭염으로 월 평균기온 역대 1위를 기록한 6월(22.8도)보다 7월의 평균기온(22.7도)이 0.1도 낮았다. 평년값은 7월(24.5도)이 6월(21.2도)보다 3.3도 높다. 기상청은 “6월이 7월보다 기온이 높은 경우는 전국 60개 관측소의 관측값으로 과학적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변동폭이 심한 기후변화는 연초부터 나타났다. 올해 1월은 역대 가장 따뜻한 달로 기록되고 2월과 3월도 각각 역대 3위와 2위를 기록하면서 이상고온 현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4월 들어 낮은 기온이 계속돼 역대 ‘쌀쌀한 4월’ 5위(고온 순으로는 44위)를 기록했다. 6월에는 이른 폭염으로 다시 역대 1위로 올라섰다 7월에는 북쪽 한기가 자주 남하하면서 다시 ‘쌀쌀한 7월’ 5위가 됐다. 우리나라 날씨가 ‘기후변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셈이다. 4월과 7월의 일시적 기온 하강에도 불구하고 올해 1∼7월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2.7도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뜨거운 6월과 쌀쌀한 7월 평년편차 분포도. 기상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7∼8월에는 사상 가장 긴 장마로 전국 여름철(6∼8월) 강수량이 10일 현재 897.0㎜로 평년(470.6∼604.0㎜)의 1.5∼2배에 이르렀다. 이는 2011년(942.2㎜)에 비해 두번째로 많은 강수량이다. 중부지방의 경우 기상청 예보대로 오는 16일 장마가 종료되면 장마기간이 54일이나 돼 기존 기록인 2013년 49일보다 닷새나 많게 된다. 제주의 경우에도 49일로 1998년 47일보다 이틀 더 길었다.
7월 기압계 모식도. 역대 가장 긴 장마의 첫 단추는 북극 고온현상에서 시작됐다. 기상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기상청은 “올해 1∼6월 시베리아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아 그 여파로 한반도 날씨의 급변이 발생하고 긴 장마가 빚어졌다”며 “기후학자들은 시베리아의 폭염이 인간이 자행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없었더라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최근(2011∼2019년)이 100년 전(1912∼1920년)에 비해 1.8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86.1㎜가 증가했다. 전지구의 최근 10년(2006∼2015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0.87도 오른 것에 견주면 우리나라 기후변화 속도는 훨씬 빠르다.
이런 속도는 향후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른 21세기 말(2071∼2100년) 기후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지구 평균기온은 현재(1981∼2010년) 대비 1.3∼4.0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1.7∼4.4도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평균 강수량 전망치도 전지구 평균은 2.4∼4.5% 증가인 데 우리나라는 6.6∼13.2%로 훨씬 많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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