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빙하기에 그린란드 등 북극지방의 급격한 기후변화와 아시아몬순 등 중위도 지역의 기후변화가 동시에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고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올해 동아시아지역의 ‘물폭탄’은 북극 지방의 고온 현상이 촉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극권의 고온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 현상의 하나로 지목된다. 근래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일어났던 최후 빙하기에도 북극 고온 현상과 중위도지역의 급격한 기후변화들이 동시에 발생했다는 사실이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 등 7개국 국제공동연구팀은 20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최후 빙하기에 그린란드에서 일어난 돌발적인 온난화 사건들이 저위도 지역의 고기후 기록들에서 발견되는 급격한 기후변화 사건들과 시기면에서 매우 가깝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세계 곳곳의 침전동굴 암석층에서 추출한 자료를 분석한 63건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아주 상세한 고기후 연대표를 만들었다. 이 연대표는 기후변화 모델을 개선하고 빙하-코어 연대표를 보완하는 기초가 됐다. 연구팀은 이런 작업이 미래 지구에서 벌어질 돌발적인 기후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1만5천~1만1700년 전의 최후 빙하기 때 그린란드 빙하 코어에 남아 있는 기후 기록들은 온난 시기와 한랭 시기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급격히 요동쳤음을 보여준다. 이른바 ‘단스가드 오슈거 사건들’(Dansgaard-Oeschger Events)로 알려진 이런 파동은 점진적인 변화에 이어 급작스런 온난화 시기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한랭한 시기로 급변한 것이 특징이다. 다스가드-오슈거 사건들은 최후 빙하기에 그린란드 지역에서 수백~수천년 주기로 25회 정도 기온이 상승하고 하강하는 일이 반복됐던 현상을 일컫는다.
또다른 일련의 고기후 기록들은 북극권 이외 지역에서도 최후 빙하기에 비슷한 돌발적인 기후변화 사건들이 전지구에 걸쳐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했음을 확인해준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급격한 전이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분명히 연결돼 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상세하면서 정확한 고기후 연대표가 부족해 그린란드의 다스가드-오슈거 사건들과 다른 지역의 기후변화 급변들이 동시에 일어났는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엘런 코리크 멜버른대 지질학과 박사후연구원 등 연구팀은 기존에 발표된 북반구 중위도와 남반구 아열대 지역에서 최후 빙하기 때의 매우 상세하고 정확한 동굴침전물 기록들을 모았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53건의 크고 작은 돌발적인 온난화 사건들을 조사해 아시아몬순과 남아메리카몬순, 유럽-지중해 지역에 걸쳐 발생한 돌발적인 기후변화들이 그린란드 빙하 코어 기록들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발견은 북극권의 갑작스런 온난화 사건들이 전지구 규모의 급격한 기후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는 올해 북극권의 고온 현상과 아시아몬순 지역 이상 기상 현상의 원인에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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