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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태풍에 날아온 소금기조차 ‘속수무책'인 원자력발전…안전 우려 높아져

등록 2020-09-10 14:44수정 2020-09-10 17:35

한수원 “강풍에 날린 바닷물에 설비 고장”
전문가 “해안 원전선 예상 가능했던 상황
부품 불량·부실 시공 가능성 배제 못해”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지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이날 태풍으로 신고리 1호기와 2호기 등 원전 4기가 순차적으로 멈췄다. <연합뉴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지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이날 태풍으로 신고리 1호기와 2호기 등 원전 4기가 순차적으로 멈췄다. <연합뉴스>
최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통과할 때 고리와 월성에서 원전 6기가 잇따라 멈춰 선 것은 강풍에 날아온 소금기에 의한 내부 전력설비 고장 때문이라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닷가 원전에서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할 부분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어서 원전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송전선로 문제로 지난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 신고리 1·2호기와 고리 3·4호기가 자동 정지된 데 이어 7일 오전에는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월성2·3호기가 잇따라 정지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은 9일 이들 원전의 정지 원인과 관련해 “원전에 근접한 강력한 태풍이 일으킨 높은 파도와 강풍의 영향으로 다량의 염분이 발전소 부지 내의 전력설비에 유입돼 고장이 발생하고, 이 고장으로부터 발전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동작해 발전이 정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이런 설명은 기존 원전 시설의 설계나 운영이 기후변화로 극한기상이 빈발하는 상황에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지된 원전들은 모두 염분 유입 가능성이 높은 바닷가에 위치해 설계는 물론 설비 운영 과정에서도 염분 대책이 고려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이번 태풍이 예상을 뛰어넘어 강력했던 탓으로 돌렸다. 한수원 관계자는 “바닷가여서 염분 유입을 고려해서 절연 성능을 갖도록 설계가 됐지만, 이번에는 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면서 파도의 포말이 원전 뒤편 산까지 들이칠 정도여서 노출형 설비들은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6개 원전에서 전력설비 고장으로 끊어진 외부 전력 공급은 한두 시간 안에 재개됐다. 하지만 태풍으로 원전의 외부 전력이 차단되는 것은 우려스런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전은 안정적 운영을 위해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저장·냉각 시설을 포함해 가동에 필요한 전력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공급받는 구조다. 따라서 비상용발전기로 응급 대응하더라도 외부 전력이 장시간 끊어지면 핵연료봉이 과열돼 녹아내리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그런 경우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원전 외부 설비에는 빗물이나 소금물이 들어오면 안 되도록 방수 장비와 부품을 쓰게 돼 있고 그래서 원전의 부품 가격이 다른 부품보다 몇 배나 비싼 것”이라며 “한수원 발표대로 염분 유입이 원인이더라도 그 밑바탕에는 부실 부품이나 부실시공이 깔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정부는 지진과 해일 등 극한적 자연재해에 대한 원전의 취약점을 점검해 한수원에 모두 46개 보완대책을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이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방수문 및 방수형 배수펌프 설치 △격납고 배기 또는 감압설비 설치 △주증기안전밸브실 및 비상급수펌프실 침수방지시설 보완 등 3개 과제는 아직 완료되지 않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3개 과제는 기술요건이 강화되는 등의 여건 변화 때문에 완료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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