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매스 발전의 친환경성을 둘러싼 오랜 논란이 법정에서 정리될 수 있을까?
목재칩과 목재펠릿 등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발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중단시키기 위한 헌법소원이 제기돼,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의한 대기오염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과 태양광 발전 사업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64명이 28일 산업부장관 등을 상대로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과 관련된 운영지침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바이오매스 발전에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환경권, 재산권 등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헌법소원 제기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한 그린뉴딜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보급과 육성이 시급한데 정부는 바이오매스를 여전히 재생에너지로 인정,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무늬만 재생에너지인 바이오매스발전에 대한 재생에너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에 맞춰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보조금 성격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발급해주고 있다.
정부가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일단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 국제에너지지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목재를 잘게 부순 칩이나 목재를 갈아서 담배꽁초 모양으로 성형한 펠릿 등의 바이오 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 땅 속에 갇혀있던 화석에너지를 캐내 태우는 것과 달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순증시키지 않는 ‘탄소중립적 에너지원’으로 보는 것이다. 성장하며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내놓는 것인데다, 그냥 둬도 썩어가면서 온실가스를 방출할 수밖에 없는 목재 부산물이 주원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경까지 넘나드는 운송 과정에 추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처음부터 목재펠릿 생산 목적의 벌목이 늘어나면서 환경을 훼손하는 등의 문제가 부각되자 국내외에서 일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재평가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소송 원고들은 기자회견에서 “베어진 나무가 자라면서 바이오매스 연소로 배출된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기까지는 이론적으로 50~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 심는 나무를 통한 상쇄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앞으로 최소한 30~40년 간은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이 증가세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파리협정을 지키기 위한 탄소예산이 채 8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더 많은 산림을 바이오매스 연료로 연소한다는 것은 기후위기의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와 같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만이 아니라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도 문제로 제기된다. 기후솔루션은 “바이오매스 발전은 석탄화력발전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데도 정부가 바이오매스 발전에 보조금을 주면서 청정에너지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목재펠릿만 태우는 발전소인 영동 1호기의 2019년 기준 대기오염물질 총배출량은 0.571kg/MWh로, 영흥 5·6호기 석탄발전소의 단위당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0.131kg/MWh의 4배가 넘는다. 미세먼지(PM2.5)의 배출량도 0.074kg/MWh로 영흥의 0.30kg/MWh보다 배 이상 많다.
목재펠릿이나 목재칩 등을 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유럽에서 이미 법정에 간 바 있다. 지난해 3월 유럽과 미국의 일부 환경단체들이 유럽연합을 상대로 임산물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이 임산물 바이오매스가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산림을 파괴해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환경단체들의 이런 주장은 법원에서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한 채 기각됐으나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바이오매스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법원의 판단과 별도로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을 올 연말까지 검토해 새로운 생물다양성 전략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공개된 생물다양성 전략 초안을 보면,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한 것은 그대로 두더라도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까다로운 기준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김해동 계명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목재칩 등 고형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무분별하게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의 교란을 불러왔다. 바이오매스 발전이 최근 7년 새 급증하면서 아르이시가 과도하게 공급돼 아르이시 가격이 폭락하며 태양광·풍력 등 건전한 타 재생에너지원의 사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소송에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이 재산권과 평등권 침해를 주장하며 함께 한 이유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김성환 의원실에 제출한 2018년 아르이시 발급 현황을 보면, 바이오매스 발전에 발급된 것이 27.4%로, 풍력 발전에 대한 아르이시 발급 규모(7.3%)의 4배에 가깝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일부 받아들여 2018년 신규 목재팰릿 전용 발전소에 대한 가중치를 0.5로 낮추고, 혼용 발전소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없앴다. 하지만 기존 목재팰릿 전용 발전소에는 여전히 일반 부지에 설치된 설비용량 100㎾ 이상 태양광발전소에 적용되는 가중치(0.7~1.0)보다도 높은 가중치(1.5)가 적용되고 있다.
오수산나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사무처장은 “바이오매스가 환경파괴를 유발하는 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처럼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태양광과 같은 진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도록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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