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 만화가 신영식씨 끝내 타계
“당신이 있어 환경운동이 행복했습니다”…환경부 장관 등 애도 물결
짱뚱이(오른쪽 사진)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꼭 다시 일어서겠다며 삶에 강한 애착을 보였던 환경만화가 신영식씨가 끝내 세상을 떴다는 소식에 그를 아는 이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씨는 신문·잡지 등에서 잘나가는 연재만화 작가로 활동하던 1980년대 중반 역사만화 자료 수집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환경문제에 눈을 떴다. 그 뒤 그가 그린 환경만화는 잡지 <보물섬>에 연재한 국내 최초의 환경만화 시리즈인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를 비롯해 수십 편에 이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무엇보다 <짱뚱이 시리즈>의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60년대 말 지리산 자락의 한 시골 마을에 살았던 부인 오진희(42)씨를 모델로 한 ‘짱뚱이’라는 별명의 소녀의 삶을 소개하는 이 만화는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과 생태적 삶에 대한 깊은 영감과 감동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대구에서 환경운동을 했던 이재용 환경부 장관도 이날 고인의 부인에게 보낸 위로 편지에서 “짱뚱이를 통해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들을 떠올렸던 사람으로서 허전함이 더하다”며 “슬픔 속에 오래 계시지 말고 부디 시름에서 벗어나 귀여운 짱뚱이 이야기를 어린이들과 그 시절의 같은 추억을 가진 어른들에게 다시 들려달라”고 짱뚱이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그가 환경단체의 중앙 중심적 활동방식을 비판하며 환경단체를 탈퇴하고서도 환경운동 현장을 떠나지 않고 홍보물과 자료집을 그리는 등 환경운동에 힘을 보태왔다는 점을 기억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자료집에 그의 그림을 가져다 쓰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환경단체들은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반핵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몇 컷의 만화를 통해 표현해 줄 수 있는 분을 가졌었다는 것은 환경단체들에는 큰 행복이었다”고 애도했다.
강화장례예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허영만씨, 박재동씨 등 고인과 절친했던 만화가들과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혜애 녹색연합 정책실장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유족들과 슬픔을 나눴다.
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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